부평구 산곡초 통학로 위험천만
대책 민원 빗발 차선규제봉 설치
영업 지장 항의로 하루만에 제거
공동체 소통회의 학부모측 불참
대로변까지 확충요구 진통 예상
부평구청. /사진제공=부평구
부평구청. /사진제공=부평구

인천 부평구가 산곡초등학교 통학로 구역에 안전 시설물(차선규제봉)을 설치했다가 주변 상인들의 반발로 하루 만에 철거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3월31일 부평구와 산곡초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이들 통학로 안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이 집단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곡초 학부모 윤모(42)씨는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윤씨가 사는 집에서 산곡초까지는 직선거리로 5m(학교 담장 기준) 정도지만 아이들은 학교 정문이 있는 곳까지 약 250m를 돌아가야 한다.

문제는 아이들 통학로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왕복 6차선 마장로 대로변에 있는 보도로 약 100m가량을 걸어간 후 골목에서 우회전해 학교 정문까지 약 100m 정도를 더 걸어가야 한다.

실제 마장로 대로변 보도는 폭이 1.5m 정도로 일반 보도보다 좁은 데다 높이도 낮아 옆에서 달리는 차량이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또한 골목길 처음 50m가량은 보차 미분리 도로로 차량과 사람이 혼재돼 안전사고 위험이 역시 높다.

구는 산곡초 학부모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 2월18일 현장 간담회를 거쳐 안전시설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이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며 반발하자 설치 하루 만에 철거했다.

이후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구는 민원을 교통행정과에서 갈등관리팀으로 이관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에서 학부모와 지역상인 간 갈등으로 문제 해결 접근 방식을 바꾼 것이다.

지난 3월22일에는 공동체 소통회의를 통해 산곡초와 지역상인, 부평구 관계자가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학부모 측이 불참해 반쪽짜리에 그쳤다.

윤씨는 “최근 중구에서 발생한 초등생 사망사고로 스쿨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도 구가 일부 상인들의 반대로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타협'하려 한다”며 “대안으로 아파트 방향으로 쪽문 설치도 건의했지만 인근 부지가 사유지여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는 통학로 주변 상인과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에 안전시설물을 다시 설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골목길뿐 아니라 마장로 대로변 보도에도 안전시설물 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구 관계자는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고 여러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뿐 아니라 지역상인의 영업권 등 구민 전체의 입장을 살펴야 하는 구 입장도 이해해달라. 학부모와 계속 소통하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