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등장…점점 양 많아져
주수입원 실뱀장어 조업 피해막심
“하수·분뇨 무단방류 원인” 주장도
▲ 행주어촌계 그물에 걸린 끈벌레. /사진제공=행주어촌계

매년 봄이면 기승을 부리는 한강 하류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올해도 어김없이 출현, 행주어촌계 어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월31일 고양시 행주어촌계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김포(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잉어와 뱀장어 등을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가 함께 걸려 올라오고 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행주 어민들은 이달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이 구간에서 실뱀장어(뱀장어 치어) 조업을 진행 중이지만 걱정이 앞서고 있다.

어민들은 1인당 80m짜리 포획용 그물 7개씩을 한강에 설치할 수 있는 데 그물마다 10㎏ 이상의 끈벌레가 잡힌다는 것이다.

행주어촌계 관계자는 “2008년쯤부터 나타난 끈벌레가 해가 갈수록 양이 많아지고 있다”며 “올봄도 어김없이 끈벌레가 나타나 걱정이다”고 했다.

최근 수년 동안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이맘때 그물마다 걸려 나오는 끈벌레와 사투를 벌였다.

대다수 죽은 실뱀장어가 끈벌레와 섞인 채로 잡혀 사실상 조업을 하지 못했다. 올해도 끈벌레가 지난해처럼 다량 출현하면 조업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민들은 실뱀장어 조업이 행주어촌계 어민들의 수입 중 70%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데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실뱀장어가 금방 죽어 조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날이 풀리면서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끈벌레가 출현하고 있다”면서 “기온이 점차 오르는 다음 주면 끈벌레 출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행주 어민들은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가 정상 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기 때문에 끈벌레가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심화식(65) 한강살리기어민 피해비상대책위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 괴물체인 끈벌레 출현은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13년 봄 한강 하류에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됐다.

/고양=김도희 기자 kd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