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내항 사일로, 2020년

지난 19일 월미바다열차가 3개월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코로나로 인해 멈추었던 월미바다열차가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월미바다열차를 더욱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주변의 풍경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세계 최대라는 사일로의 슈퍼그래픽이다. 2019년에 인천내항 7부두 사일로 외벽에 그려진 벽화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winner)과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Finals)을 연이어 수상하며 노후화된 산업시설이 어떻게 예술장르와 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화제를 모았던 사일로 슈퍼그래픽은 세계 3대 어워드 가운데 무려 2곳에서 상을 받으며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일로 외벽에 LED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미디어파사드 조성사업도 추진했다. 어두운 밤에도 다양한 영상을 투사해 사일로의 예술적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사계절의 변화와 인천으로의 여행 등 8편의 영상이 밤마다 사일로를 수놓는다. 둘레 525m, 높이 48m에 달하는 슈퍼그래픽은 오래되고 낡은 시설에 디자인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새롭게 거듭난 사일로를 다시 찾았다. 사일로 주변이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이 늘 들었었는데 그날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압도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사일로의 슈퍼그래픽이 그려진 넓은 캔버스에 역동적인 비둘기들의 움직임이 더해져 마치 자연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작품에 화답을 하는 듯했다.

비둘기들이 인간과 공존하기를 허락하고 손을 내민 것 같았다.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듯 슈퍼그래픽이 더욱 그 자태를 뽐냈다.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에 자연이 화답하고 다시 둘이 공존해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되는 날이었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