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정부가 공시지가를 현실화한다는 명분으로 평균 19%나 인상하면서 재산세와 종부세가 50%나 폭등하게 되었다. 건강보험료, 기초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정책의 산정에 공시지가가 연계되어 있어서 집을 가진 사람들의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이는 전세와 월세의 폭등을 가져와 무주택서민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납세자의 반란'으로 불리는 1978년 캘리포니아의 주민발안 제13호를 연상케 한다. 1970년대 후반에 캘리포니아에서는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과열현상을 보였다.

주택가격에 따라 재산세도 급등하여 납세자들이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 집은 있지만 고정수입이 없는 노령층은 견디다 못해 주민발안을 제기하여 감세법률을 통과시켰다.

주택가격이 가장 낮았던 1976년도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어떠한 부동산세도 현금가의 1%이상 넘지 못하며, 물가상승에 따른 재산세인상은 2%내로 제한했다. 재산의 재평가는 소유권변경이나 신축시에만 한정했다. 재산세인상에 주의회 재적 2/3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 그 결과 주정부의 재산세는 반토막이 되고 세금인상도 어렵게 되었다.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재정난에 빠지고, 심지어 공무원들은 강제적인 무급휴가도 감내해야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문제는 국가적 큰 변란의 원인이 된다. 동학혁명도, 황소의 난도, 미국독립혁명도, 프랑스혁명도 과도한 세금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주민발안이 제도화되어 평화롭고 합법적인 납세자의 반란이 보장되지만, 국민입법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출구가 봉쇄되어 조세불만이 어떤 형태로 표출될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먼저, 시, 군, 자치구별로 조례를 개정하여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지방세법 제111조 제3항에 근거해서 50%이내의 범위에서 재산세를 인하하는 방법이다. 서초구에서는 이미 지난해에 이 조항을 근거로 9억 이하의 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50% 인하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법률에 근거 없이 과세구간을 신설한 위법이 있다고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하였다. 대법원의 집행정지결정으로 시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1997년 8월 30일자로 도입된 재산세감면조항은 그 동안 적지 않은 지방정부에서 활용한 적이 있다. 2006년 9월 1일에 개정되어 “특별한 재정수요나 재해 등의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감면요건이 추가되었지만 주택가격폭등으로 세수가 넘치는 상황에서는 재정수요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50% 이내의 재산세 감면만으로는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무마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이에 지방세법을 개정하여 스위스와 독일에서 검증된 징수세율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지방마다 편성된 예산에 맞추어 매년 징수세율을 결정하고 법정세율에 곱하여 세액을 결정한다.

재정수요에 따라 법정세율의 몇 배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실제 징수세액이 결정될 수 있다. 징수세율제도는 지방의 혁신을 유발하고,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조세가격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종부세와 공시지가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종부세는 국세이다. 재산세를 국세로 징수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지방수입의 핵심세원인 재산세에 국가가 이중과세하는 것은 재정분권의 원리에도 역행한다. 더구나 국가정책실패로 집값을 폭등시켜놓고 부자세로 도입된 종부세를 서민에게 안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에 종부세를 폐지하든지, 적어도 종부세의 부과기준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또한 매년 공시지가를 전국적 조사하고 현실화하여 재산세를 대폭 인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집을 팔아야 세금을 낼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시지가제도의 개폐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