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가 성매매 방조 여부' 미판결 따라
도 “사회보장제” 요구 …복지부 “어렵다”
지원 정책 담은 조례, 적용할 상위법 없어
경기도기. /사진출처=경기도 홈페이지
경기도기. /사진출처=경기도 홈페이지

경기도가 기지촌 여성 지원 문제로 고민이 깊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를 만든 뒤 현재 각종 지원 정책을 준비 중인데, 정작 이를 적용할 상위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기지촌 여성 지원에 필요한 사회 보장제(국가나 지방정부가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을 정책 지원으로 해결하는 제도)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의 협의도 난항이다.

22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19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들은 1945년 9월8일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뒤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한 여성들이다. 도내에선 평택·의정부·동두천·파주를 중심으로 기지촌이 생겼다.

성매매알선 행위 처벌법이 시행된 2004년 9월23일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이곳에선 폭력과 인신매매, 마약과 혼혈아 문제가 잦았다. 특히 1992년 동두천에선 미군이 기지촌 여성 윤금이씨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도 국가는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되레 성병을 막겠다며 낙검자 수용소(일명 몽키하우스)를 만들어 가두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5월 '기지촌 여성 문제는 심각한 인권 침해다'라며 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도는 이후 이들의 생활안정 지원 정책을 세워 올해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걸림돌이 수두룩하다.

우선 도 조례를 적용할 상위법이 없다. 상황은 이렇다. 기지촌 여성들은 2017년 국가가 성매매를 방조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 법원은 국가의 방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일부 여성들이 신체·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듬해 열린 서울고법의 항소심에서는 '국가의 성매매 방조'를 인정했다.

문제는 항소심 판결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기지촌 여성 지원 내용을 담은 도 조례를 적용할 상위법을 만들기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도의 사회 보장제 신설을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대법원은 수년째 판결을 내리지 않고, 정부는 이를 갖고 사회 보장제 신설이 어렵다고 말한다”며 “사방이 걸림돌이다. 답답하다. 일단 지원 대상자 선정과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센터 구성에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대표는 “미군 기지촌이 없었다면, 기지촌 여성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들은 역사 왜곡 속에서 낙인 찍힌 삶을 살았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