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초등생 학교 앞 추모행렬
헌화 후 눈물 보이는 시민들도

현장 인근 운행량 여전히 많아
“안일한 예방대책 화 불러” 지적
통행금지 요청 국민청원 제기
▲ 21일 인천 중구 신광초등학교 정문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하고 있다. 추모공간은 지난 18일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25t 화물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A양을 위해 마련됐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지난 21일 오전 인천 중구 신광초등학교 정문 앞. 화물차에 치여 숨진 A(11)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순박했던 아이의 웃음을 닮은 백합꽃들과 함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다. 추모 공간을 찾는 시민들 중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A양이 다녔던 태권도학원 사범 김모(25)씨는 “전날 오후 1시쯤 아이가 문방구를 나와 젤리를 주고 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고 활발했는데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A양은 이달 18일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25t 화물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인천일보 3월19일자 7면 ‘신광초 앞 화물차 추돌사고 … 스쿨존 건너던 초등생 사망). 이날 A양이 참변을 당한 현장에는 여전히 수많은 화물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녔다. 1분당 20대의 화물차가 오갈 정도였다. 실제 지난해 신흥동에서 일어난 화물차 사고는 81건으로 집계됐다. 빈번한 화물차 통행이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학부모들은 행정기관이 교통사고 예방에 안일하게 대처한 탓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신광초에 다니는 2학년 자녀를 둔 남택수(42)씨는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2019년쯤 중구청에 화물차 우회 방안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차량 속도를 50㎞까지 허용한 문제 등이 이번 사고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경찰과 학교, 중구청 등 유관기관은 급히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광초 일대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제한을 기존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박상길 중구의원은 “유관기관 간담회를 열고 학교 인근 안전 시설물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시설 개선은 단편적 처방일 뿐,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화물차 통행 우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스쿨존에 트럭이 다니게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트럭에 치여 숨진 아이는 제 동생의 친구”라며 “스쿨존에 화물차가 다니지 않도록 제발 한 번씩 동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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