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사진을 의미하는 셀카는 셀프 카메라의 준말로, 자신이 스스로(Self) 자기의 사진을 찍는 것을 말한다. 자아라는 의미의 self와 portray가 합하여 이루어진 'self-portrait'라는 단어는 '자기를 끄집어내다, 밝히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찍이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에서는 2013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한국의 셀카와 같은 의미의 '셀피(Selfie)'를 신조어로서 선정했었다. 셀피는 자신을 찍은 사진,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이나 웹캠으로 찍은 사진, 소셜 미디어 웹 사이트에 업로드한 사진으로 정의되었으며, 이 단어가 2000년대 초에 생긴 것을 감안한다면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누구나 셀카뿐만 아니라 사진예술 활동이 유명 사진 예술작가에 못지않은 프로급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디지털 사진 및 휴대 전화 기술의 발전은 젊은이들이 사진 찍기 좋은 핫 플레이스를 찾아다니면서 Facebook 및 Instagram 등 SNS상에 자화상 사진을 올리는 열풍마저 생겨나게 했다. 사진은 이처럼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징하는 미디어로서 우리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SNS를 사용하는 목적과 동기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사진 역사에서 자화상의 전통은 매체만큼이나 오래되었고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인간의 심리적 욕구는 변함이 없다.

초기 사진가들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전문가이거나 사진을 유행하는 취미로 삼은 부유하고 숙련된 아마추어였다. 사진 제작을 위해 새로운 장비와 편리한 작업 프로세스가 일반 대중에게 오기까지는 이후 수십 년이 더 걸렸다.

아마추어 사진의 발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조지 이스트먼 (George Eastman)의 Kodak 카메라는 1888년에 시장에 출시되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쉬운 조작기능으로 일반 대중을 위해 설계되었다.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는 우리가 처리합니다(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획기적인 스냅 샷 카메라 시스템을 요약한 것이었다. 이후 1900년에 처음 출시된 Kodak의 브라우니 박스 카메라 제품군은 사진의 대중화를 급속히 이끌었다. 따라서 저렴한 카메라 생산과 효율적인 필름 처리 및 인쇄가 가능해지면서 대중이 선호하는 사진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아마추어 사진을 포함한 일반적인 사진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다음 순간은 디지털 사진의 출현이었다. 초기 디지털카메라는 1990년대 초에 개발되어 나왔으며, 2002년에는 필름 카메라보다 더 많은 디지털카메라가 판매되었다. 20세기 동안 미국 산업의 대표기업 Kodak은 2012년에 디지털 시장의 확대로 인해 파산 신청에 이르게까지 되었는데, 아날로그식 카메라의 상징이었던 회사의 파산은 디지털카메라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큰 사건으로 인식되었다.

셀카가 누구에게나 일상화되면서 일부 학자들은 커져만 가는 나르시시즘 현상으로 보거나, 그것을 촉진하는 원인으로서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마도 셀카는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나타낸다. 여하튼 디지털 문화의 부작용도 분명 존재할 것이며, 물론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겠지만 셀카 사진의 의미는 짧고 소중한 삶의 경험을 일종의 시각적 일기로 자신의 존재를 표기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요즘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에서 '셀카'는 사회적 거리로 인한 단절감, 우울감 등의 부정적인 정서에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유희적 행위의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진정근 인천재능대 사진영상미디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