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보내 드려도 될까요.” “네,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지난 1월28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 있는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80대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다. “80대 할아버지가 어쩌다 그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다 돌아가셨을까.” 안타까운 심정도 잠시, 관할 소방서에 연락해 간단한 추가 취재를 마치고 사고 현장 사진을 요청했다.

기자 입장에서는 '단독'도 아닌 데다 원고지 2매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단신이어서 빨리 처리하고 당초 계획했던 취재를 해야 했다. 그로부터 약 10분 뒤 카톡이 왔다. 서둘러 사진 파일을 다운받아 기사와 함께 올리려다 마우스를 멈췄다.

소방서 관계자가 보낸 사진은 온라인 사건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고 모습이 모자이크된 사진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그 생경한 모습을 지우기 위해 핸드폰 갤러리 앱을 뒤졌지만 모자이크 기능을 찾지 못했고, 결국 앱을 새로 다운받아 처리한 후 기사를 올렸다. 30분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한 일이 1시간 넘게 걸렸다.

지난달 23일에는 서구 오류동의 한 건설폐기물처리 업체에서 50대 근로자가 역시 컨베이어벨트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통화한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 2인 1조로 하지 않은 데다 안전 관리자도 없었다”며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사망 사고'랑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등을 통해 모두 조명되지 않을 뿐 이런 중대재해 사고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지난 1월 우여곡절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다고 당장 현장에서 산재가 사라질 리는 만무하다. 그나마 유예기간을 둬 완전 시행까지는 앞으로 3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김훈 작가는 지난 2019년 한 언론사에 이 문제와 관련해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는 제목의 글을 특별기고했다. 그 글의 마지막은 이렇다. “내 무력한 글로 지껄이고 따지느니보다 저 원혼들을 끌어안고 함께 통곡하는 편이 더 사람다울 것이다. 나는 대통령님, 총리님, 장관님, 국회의장님, 대법원장님, 검찰총장님의 소맷자락을 잡고 운다. 나는 재벌 회장님, 전무님, 상무님, 추기경님, 종정님, 진보논객님, 보수논객님들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운다. 땅을 치며 울고, 뒹굴면서 운다. 아이고 아이고.”

앞으로 기자 일을 하면서 얼마나 더 안타깝게 죽은 원혼의 통곡을 듣게 될까. 분명한 건 오늘도 어딘가에서 '추락, 매몰, 압착, 붕괴, 충돌로 노동자의 몸이 터지고 부서진다'는 것이다.

 

/유희근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