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수원미술전시관서 '1주기 추모전-숲의 끝에 멈추다'

추진위, 작가 활동 시기별 나눠
25년간 제작된 총 300점 선보여

1990년대 습작기를 시작으로
주요 활동 단체인 봄날협동조합
연대 작품 및 작업실 재현 통해
사회문제 주목한 미술세계 조명

예술가인 이윤기가 그린 '사람 사는 세상'의 작품을 추모전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이윤기 1주기 추모전-숲의 끝에 멈추다'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린다.

이윤기1주기추모전추진위원회(위원장 주재환)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시기별로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다.

1층 전시실에는 1990년대 초중반의 습작기를 비롯해, 제1기에서 제2기, 제3기에 이르는 주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화해서 갔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사회적 의제들을 내면화하면서 심화해 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층 공간에서는 '화가의 방'과 이윤기 작가가 생전 활동하던 그룹인 '봄날협동조합'에서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화가의 방'에서는 이윤기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했다. 목리창작촌에 있을 때 '아랫집'이라 불린 그의 작업실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공간이었다. 그는 그렇게 다녀간 이들을 초상화로 새겼다. 잘 정리된 작품들과 늘 소박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던 그의 작업실 공간을 통해 그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재현했다.

'봄날협동조합'은 그가 참여한 유일한 그룹 활동이었다. 수원민족미술협회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정기전과 일부 기획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가 공동체를 고민하면서 커뮤니티아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동료들과 삶의 현장을 직접 만났던 것은 바로 이 협동조합을 통해서다. 전시에서는 지역의 선후배가 아닌, 예술가 조합을 통해 연대하며 창작한 작품과 자료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윤기 작가(1972~2020)는 1972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1998년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서양화)를 졸업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화성·수원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년간의 암 투병 끝에 마흔여덟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동료 선후배 미술가들은 '이윤기1주기추모전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그가 살아온 삶과 미술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이번 1주기 추모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18년까지 25년간 제작한 이윤기 작가의 작품 30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이윤기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의 습작기를 거쳐 1999년부터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해 왔다. 그가 대전에서 대학 졸업 후 고향인 화성과 수원으로 돌아와 주제로 삼은 것은 '사람과 일상'이었다.

이후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목리·생명·그물코'를 키워드로 선후배 작가들과 화성시 동탄면 목리로 들어가 함께 창작촌을 일구고, 작품활동을 했다. 이 시기에 그의 많은 대표작이 쏟아졌다. 그는 가난했으나 온전히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그는 이 시기 몇 개의 큰 사회적 사건들과도 마주했다. 2003년 조각가 구본주 작가의 교통사고 사망에 따른 삼성화재 보상 문제(보험사는 예술가의 창조노동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추리와 도두리에서의 예술행동, 2009년 동탄2지구 신도시 개발로 쫓겨나고 사라진 목리창작촌 등. 시대적 과오들을 작품을 통해 상기시키고 각인시켰다.

이후 2010년부터 작고할 때까지는 '이주·공동체·연대'를 키워드로 활동했다. 그는 목리를 나와 헌 집을 구해 작업실로 꾸렸으나, 삶의 지속을 위한 생활력 키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 작업실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는 그 시간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다가 입주한 경기창작센터는 그의 미술세계가 크게 숨통이 터진 계기로 작용했다. 그의 스승이기도 한 최춘일 센터장과 함께한 시간이었고, 센터장이 작고한 뒤에는 '봄날협동조합'을 조직해 그 이름으로 새롭게 만난 협동조합 예술가들과 다양한 문화예술기획을 펼쳤다. 이 시기에 그는 힘찼고 밝았으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전시 관련 자세한 문의사항은 수원미술전시관 홈페이지(http://suma.suwon.go.kr)로 하면 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사진제공=수원미술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