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표하는 두 개의 신분증…증명 거리는 '3시간'

▲기획 안내서

'인천형 청년베이비부머' 삶의 경로를 추적하려고 한다. 1991년생, 1992년생, 1993년생, 1994년생, 1995년생들을 인천베이비붐 세대로 규정했다. '이주민의 도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인천 역사상 한 해 출생아 수가 유일하게 4만명을 넘어선 다시 못 올 인구 황금기다. 2020년 기준 인천지역 출생아 수는 1만6000명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인천일보 3월3일자 기획 1편에선 대학 졸업과 취업 경계에 서 있는 인천베이비부머들이 취업을 위해 평생 터전인 인천을 벗어나 서울과 경기에 기대는 구체적 숫자를 추적했다. 2021년 기준으로 만 26세부터 만 30세 정도인 이들 인구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30대 즈음일수록 타 지역 이탈 속도가 가팔랐다.

기획 2편에선 산업도시 인천이 대졸자 토박이들 일자리를 충족시키지 못해 벌어지는 '미스매치' 문제를 짚어 본다. 구인과 구직 미스매치는 인천 청년들이 인천을 벗어나 수도권에 기대는 결정적 요인이다.

▲본문

“취업 준비할 때, 이력서를 한 서른 군데 넣었나 봐요. 생명과학 전공자이다 보니, 아무래도 연구직으로 갈만한 대상 기업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대부분은 서울이고 간혹 판교처럼 경기권 업체도 지원했었죠. 인천에도 제약회사처럼 갈 만한 회사들이 송도국제도시, 남동구 쪽으로 몇 곳 있더라고요. 근데 대학에서 제공하는 취업 정보도 그렇고 제가 직접 알아봐도 사람 뽑는 곳 중에서 인천 기업은 못 봤어요. 산업 시장이 서울이나 경기보다 작으니까 고향 기업들과 인연이 안 닿은 거 같아요.”

인천에서 태어나 지역 모 대학교에서 생명과학 관련 학과를 졸업한 회사원 이현정(28)씨의 2021년 목표 중 하나는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다. 현정씨는 인천 서구 집에서 서울 강남권 회사까지 매일 아침저녁 3시간 15분짜리 통근 여행을 30살이 되기 전에 끝마칠 계획이다.

요즘 인천에서 서울로 생활권을 점차 이동 중인 현정씨의 자세한 속내는 이어질 기획 3편에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기획 3편에선 1991년부터 1995년 사이 인천에서 태어나 최근 졸업과 동시에 서울과 경기에 직장을 구한 인천베이비붐 세대와 진행한 인터뷰를 다룬다.

이번 2편에선 현정씨가 취업을 서울에서 하게 된 산업 구조와의 인과 관계를 짚는 내용이다. 현정씨는 왕복 3시간 15분짜리 출퇴근 문제에서 “고향 기업들과 인연이 안 닿은 거 같다”며 에둘러 '인연' 탓을 했다. 사실, 현정씨의 먼 출퇴근 원인은 인연 탓보다는 청년 실업률의 주요 이유 중 하나인 구인-구직자 간 '미스매치(mismatch)'에서 찾는 게 더 합리적인 접근 방법이다.

지역 내 미스매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천베이비붐 세대 차례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워크넷의 통계연보를 확인해 보면, 2019년도에 자연·생명과학 연구직 구인 숫자가 인천에선 37명이 전부였다. 같은 기간 경기가 319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서울 269명, 대전 167명, 광주 73명, 부산 66명, 대구 36명, 울산 12명 등이다. 수도권과 광역시로만 따지면 인천은 울산 다음으로 낮은 구인 규모다.

반대로 자연·생명과학 연구직 구직자는 인천지역에서만 301명에 육박한다. 해당 분야 구인 숫자가 167명에 이르는 대전 구직자가 인천과 같이 377명이다. 현정씨처럼 인천에서 태어나 자연·생명과학을 전공하면 취업 무렵엔 삶의 터전을 인천으로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3면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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