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딴 곳에 맡겨 두었던

마음이 화들짝 찾아들 때가 있다.

어디서 다투고 온 듯

한참을 울다 온 듯 허둥지둥 댄다.

 

그럴 때의 눈물은

딴 곳에 맡겨두었던 나의 두근거림

나는 시간을 빗질하고

고양이는 털을 세운다.

 

마음은 사소한 시간에도

멀리 떠나버리거나 발길을 끊기도 한다는데

오늘 앞 다투는 사과 꽃들은

어디에 있다가 들이닥친 마음인가

한 며칠 북적거리다가 또 어디로 떠날 것인가.

 

하늘을 떠도는 꽃가루

마음은 가렵기만 하고

 

불현듯 여름이 생각나면

한 알의 사과가 입안에 고이는 것이다.

 

화들짝 이란 말엔 놀란 날개가 달려 있거나

쏜살같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을 것 같다.

그 속에 시간을 가두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마음을 딴 곳에 맡겨두고

가잠으로 서성거릴 때가 있다.

나는 시간을 지나온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간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간혹 “마음이 화들짝 찾아들 때”가 있다는 것. 그것은 그동안 “마음을 딴 곳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 마음이 없었다는 것. 그 마음은 다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마음은 아마 떠돌고 있었나보다.

가끔 '화들짝' 찾아드는 마음에 “딴 곳에 맡겨두었던 나의 두근거림”도 찾아드는 것이다. “하늘을 떠도는 꽃가루”. 가렵기만 한 마음. 마음은 꽃가루처럼 흩날리고 머물 수 없는 시간처럼 서성거린다. 겨울 끝자락에서 흩뿌리는 눈발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딴 곳에 맡겨둔” 마음이 흩날리는 눈발 사이를 떠돌고 있다. 서성거리고 있다.

/권경아 문학평론가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