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해저터널 건설 문제는 대한민국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절대우위에 있는 유일한 것이다. 해저터널 개통으로 부산·경남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단순하고도 검증되지 않은 경제적 관점으로만 다뤄져선 안된다. 일본은 생존과 확장이라는 대명제를 이뤄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한반도를 침탈해왔다. 한반도를 거쳐야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한일 강제병탄이 있었고 일본은 한반도를 교두보로 만주를 침략하고 중국·러시아까지 군국주의 세력을 뻗쳤다. 끝내는 그 야욕이 무너졌지만 일본에게 있어 대륙 진출은 이제 욕망을 넘어 그들의 DNA가 되어 있다. 일본은 1940년부터 대한해협을 관통하는 해저터널을 구상했고,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뒤 그 꿈을 버렸다가 1982년부터 다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해오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북한과의 협력으로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시베리아철도(TSR), 중국철도(TCR), 만주철도(TMR)로 연결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연결하는 물류 혁신을 이루고 나아가 이들 지역 국가들과 경제공동체로의 도약까지 이룰 것이라는 예측에 일본 입장에서는 애가 탈 일이다.

그러기에 일본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어야 한다. 3면이 바다이면서 북쪽이 막혀버려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이 북한을 지나는 철도를 이용해 대륙으로 달려가는데, 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본 입장에선 그토록 갈망하는 대륙 진출의 꿈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일 해저터널 개통은 일본의 대륙 진출이라는 염원을 이뤄주는 것이고 우리는 그저 통행세나 받아챙기는 수준이다. 물론 한일 양국 간 경제, 문화, 관광 교류 및 협력 면에서 다소 의미가 있고 새로운 고용창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일 해저터널로 인한 이익은 한국이 3이라면 일본은 7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한일 해저터널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반면 일본은 1980년대 초부터 다시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불을 지펴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니 오늘도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환경 역학조사는 물론 본갱도를 파기 위해서 터널 초입을 뚫는 사갱(斜坑) 작업을 쉼없이 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해저터널 건설 주장은 뜬금없는 것을 넘어 무지한 소치라 아니할 수 없다. 설령 경제성이 다소 있더라도, 그래서 해저터널 건설의 타당성이 확보된다손 치더라도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정당이라는 집단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독도 문제로는 한일 간 전투, 또는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데도 경제적 이익마저 비교우위에 있지 않은 한일 해저터널 건설방안을 먼저 제안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것임은 물론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의 전략적 이익마저 팔아먹는 망국적 행위와 다름이 없다.

우리가 백번 양보해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합의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전제조건으로 일본 스스로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원하는 해저터널을 개통시켜서는 안된다. 한 국가의 백년대계, 아니 천년대계까지 미칠 엄청난 국가의 전략자산을 특정지역의 선거용으로 들고나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일 해저터널 문제는 정치적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심사숙고할 일이다.

/송금호 역사소설 작가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