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서 왜군에 패해 숨진 신립 장군 시신을 병사들이 광주에 옮겨 장사를 지냈다. 그 후로 그곳에 있던 바위 앞에서 말을 타고 지나려 하면 말이 움직이지 않아 말에서 내려서 걸어 다녀야 했는데, 한 선비가 신립 장군 묘를 찾아가 핀잔을 주자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바위를 내려쳐서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그 옆에는 연못이 생겼다. 그 후로 이런 괴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로 마을 뒷산 끝자락, 연못이 있는 곳 바위라고 해서 곤지암으로 불렸다고 한다.

광주시 곤지암읍에는 신립 장군과 연관된 지명설화와 함께 400년 정도의 수령을 가진 향나무가 바위 가운데서 자라는 곤지암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63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또 이 바위 인근에는 한때 소머리국밥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먹어야만 할 정도로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던 소머리국밥 골목이 있다. 이 골목엔 30~40년 전 이 지역에 있는 한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공짜 안주로 소머리를 끓여 주던 것이 소머리국밥의 탄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국에 있는 항일운동 기념탑 중 유일하게 의병장, 임시정부 위원, 민족대표 등 3대 항일운동 지도자를 한곳에서 기념할 수 있는 장소가 광주에 있다.

지난해 11월 초 문을 연 광주 남한산성 항일운동 공원에 있는 '항일운동 기념탑'이 그곳이다. 광주 출신인 의병장 구연영 선생, 민족대표 정암 이종훈 선생과 임시정부 해공 신익희 선생을 동시에 기념하는 탑이다.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에는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인 천진암이 있다. 이곳은 18세기 중엽 5년간 당시 전래된 한역서학서(漢譯西學書)가 집중적으로 검토돼 결국 천주신앙으로 전개된 장소다. 또 1979년 이후에 이벽·정약종·권철신·권일신·이승훈 등 한국천주교회 초기 인물들의 묘소가 이장된 역사적인 장소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는 역사적인 사건은 물론 재미 있는 이야깃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역사가 오래된 광주시는 이같이 역사적인 사건은 물론 소소한 일상의 많은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그동안 광주시가 팔당상수원 규제 등 각종 중첩 규제로 지역 발전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체계화되지 않고 잊힌(?) 듯하다.

광주시는 올해 시정 운영 방침으로 '규제도 자산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역 발전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규제 탓만 하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는 그동안의 규제로 잘 지켜진 자연환경이 있고, 문화콘텐츠가 있다며 기존의 부정적인 의식에서 긍정적인 의식으로 전환하자고 강조한다. 가히 역설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몇년 전부터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는 지역을 찾아내 공원을 조성하거나 거리를 만들자는 요구가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의 긍정적 발상의 전환을 보면서 풍성한 광주의 이야깃거리가 자산으로 되살아나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창우 경기본사 사회2부 부장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