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서 전원 유죄 선고
동일혐의 적용사례 증가 전망
인천청 “적극 검토” 지침 하달
“불법행위 크게 감소될 것” 기대

지난해 8월 중고차 매매 사기단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인천일보 2020년 8월21일자 7면)이 처음 나온 가운데, 이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인천지법도 대법원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경 등 수사기관에서 중고차 사기 사건과 관련해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적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고영구)는 최근 범죄단체 조직·활동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A(30)씨 등 36명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심 판결 중 공범 B(30)씨 등 3명의 사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파기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 등 7명은 실형을 선고받았고 29명에겐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내려졌으며, 36명 전원의 범죄집단 관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외부 사무실을 이용해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기망해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건전한 중고차 거래 질서를 어지럽혔고 생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선량한 중고차 딜러들에 대한 일반인 신뢰까지 훼손했기 때문에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인천에서 무등록 중고차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인터넷에 허위 또는 미끼 매물을 올려 선량한 시민들을 유인하는 수법으로 중고차를 팔아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외부 사무실 대표인 A씨를 정점으로 팀장·딜러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사기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범행을 저지를 목적으로 외부 사무실에 모이고 지각비를 걷는 등 구성원 행동을 구속하는 내부 규율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로 봐야 한다”며 국내 최초로 중고차 사기단에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1·2심은 이들의 사기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무죄로 봤다.

반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외부 사무실을 두고 직책과 역할을 정해 중고차 사기 행각을 벌인 점은 범죄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해 8월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중고차 사기단에 대한 경찰 수사 방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인천경찰청은 중고차 사기 사건에 대한 범죄집단조직 혐의 적용 여부를 적극 검토해 달라는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냈고, 같은 해 10월 서부경찰서에서 대법원 판결 이후 범죄집단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

권왕훈 서부서 형사과장은 “대법원 판례 덕분에 지역 내 중고차 사기단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며 “범죄집단 혐의 적용 방법 등을 담은 수사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경찰에 배포했기 때문에 앞으로 중고차 매매 관련 불법 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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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사기조직=범죄집단' 판결 … 수사 판도 바뀌나 외부 사무실을 두고 직책과 역할을 정해 중고차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은 '범죄집단'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번 판결이 중고차 사기 조직에 대한 검경 수사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범죄단체조직·활동,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2명의 상고심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인천일보 2019년 11월10일자 온라인판)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이들은 2016년 11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