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권유로 인연…'행복한 집수리' 수백여채
주말 결연가구·저소득층·홀몸노인 반찬 나눔
올해는 코로나로 멈춘 '봉사바늘' 다시 돌린다

“우리가 모두 행복한 봉사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12일 취임한 제10대 적십자사 파주지구협의회 윤유묵(51·사진) 회장은 봉사에 대한 정의의 주어는 바로 '우리'라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봉사를 하는 사람은 주위에 많아졌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봉사시간 채우기,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이끌려 온 사람과 봉사활동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윤 회장은 이런 봉사는 봉사가 아니라 기계적이거나 무의미한 노동일뿐이라고 강조한다.

봉사는 우선 나 자신이 행복해야 하고 또 나아가 나의 행복이 내 이웃에게 전달되는 순간 봉사의 개념이 바로 서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봉사라는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윤 회장은 과거 인테리어업을 하면서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2004년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집수리 봉사는 어느새 16년이 훌쩍 넘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봉사에 접목한 것이다. 그동안 수리해준 집만 해도 수백채가 넘는다.

그래서 윤 회장에게는 애칭이 붙었다. 바로 '지붕 위에 천사'다. 집수리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윤 회장을 땅에서 보는 것보다 지붕 위에서 보는 일이 잦다 보니 붙여진 애칭이다.

“1년 365일 중 아마 200일 이상은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땅보다 지붕이 더 편하게 느껴지니 저도 이상할 정도입니다.”

집수리 봉사 중에 기억나는 곳도 있다. 월롱면의 한 할머니 집수리에는 10여 년 집수리를 한 윤 회장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악의 현장이었다고 기억했다.

집안에 보관된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워낙 많아 정리에만 며칠이 걸리기도 했지만, 막상 수리를 모두 끝내 깔끔한 집을 만들었을 때는 묘한 희열까지 느낀다고 했다.

윤 회장은 집수리 봉사 외에도 주말에는 결연가구와 저소득층, 홀몸노인 등을 상대로 반찬 봉사로 지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봉사자들과 함께 매달 17개 읍·면·동의 지원대상자들을 상대로 300여 가구에 반찬을 만들어 가구마다 빠지지 않고 전달하고 있다.

아직 총각인 윤 회장은 “이제는 웬만한 주부보다 칼질도 잘하고 반찬 레시피도 줄줄 외울 정도니 이게 저에게는 계급”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은다.

막내 봉사자로 시작해 이제 단체를 이끌게 된 윤 회장은 포부도 많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던 봉사활동을 올해는 다시 멈췄던 시곗바늘을 다시 돌릴 계획을 세웠다.

우선 장애인 병영 체험, 사할린 동포 고향 바라보기, 1m 1원 기부 걷기대회 등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그동안 못했던 사업의 정상화가 급선무다.

봉사와 결혼한 윤유묵 회장이 올해는 그 누구보다 코로나 극복이 기다려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