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서 초등학생 대나무의 아버지는 외국에서 일을 하고 한국에 올 수 없는 상황이다. 엄마는 혼자 살면서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이나 만날 수 있고, 거의 하루에 한 번은 영상통화를 한다.

저녁시간에 엄마는 생활에서 과제같이 꼭 해야 할 것만 점검한다. 아들의 기분이나 감정에는 거의 관심도 없는 듯 보였다. 3~4년 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하고 외할머니 집에서 동생들과 살아야 하는 현실의 상황을 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이다.

현재의 생활에 불만과 짜증을 여과 없이 여동생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자기 머리도 벽에 박는 등 급기야 외할머니에게도 신체적으로 달려들고 해서 상담소를 찾아왔다. 상담소 선생님을 만나고는 정서적인 안정도 찾고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행동이나 동생한테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은 매우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대나무는 혼자서 책을 많이 읽고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학습지능은 매우 높은 편이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들은 좀 이상하다고 피한다고 한다.

자신의 공간도 없고 불안을 많이 느꼈을 대나무는 학교생활에서 공부는 잘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담임 선생님은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는 게임들로 친하게 하는 시간들을 가지곤 하였다. 대나무는 그림검사에서도 사람들의 이목구비를 생략하고 그림을 그렸다. 다른 사람들과 신뢰 속에서 즐거운 경험, 친밀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느끼는 경험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안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조절하고 표현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원초적인 공격성으로 소화되지 못한 채 나오고 있었다.

어른들도 불안해지면 화가 폭력으로 나오고, 술_담배에 의존하고 쇼핑_게임에 중독되는 것처럼 자아의 기능이 떨어진 대나무는 엄마 아빠의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성장한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엄마와 떨어져 사는 대나무는 엄마의 손길이 그립고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 포옹, 엄마의 냄새, 접촉이 모두 그리운 시기에 혼자 있는 시간에 책으로 위로받고 책으로 엄마를 대신했고 책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느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성이나 대인관계는 방치되어진 것이었다.

우리는 성장기에 엄마의 신체적인 돌봄, 씻겨주고 발라주고 청결하게 해준 것들, 심리적인 돌봄으로는 감정들을 만져주고 위로해주고 지지해주고 칭찬해주고 함께 포옹도 하면서 안정감을 키운 경험들,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미리 알려주고, 일상에서 했던 엄마들의 이런 수고와 헌신들이 얼마가 값지고 가치로웠던 것인가 더 알게 된다. 건강한 자아들로 성장해서 사회에 나가서도 기능하기 위해서는 부모님들의 헌신이 밑거름이 되고 영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커서야 알게 된다.

대나무는 심리적으로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성미가 까다로운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긴장 수준이 높고, 사소한 일로도 걱정이 많고 쉽게 좌절감을 느낄 뿐 마음의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힘은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또 타인의 평가, 특히 부정적인 평가를 매우 싫어하고, 사소한 지적에 대해서도 마음의 상처를 잘 받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

대나무는 마음의 안전감, 자기편이 되어줄 사람, 잘못해도 판단이나 비난하지 않고 가르쳐줄 자상한 사람, 서로 관계 속에서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더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을 경험해야 한다. 좋은 대상경험은 그 경험으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다시 줄 수 있게 된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비추어 주느냐에 따라 나의 존재감은 높아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엄마의 관심과 애정 표현, 격려와 공감하는 말들, 아버지의 칭찬과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가르쳐주는 통제감, 질서를 세워주는 엄격함,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어렵게 말을 한 초등학생 대나무의 소원은 “엄마 아빠랑 함께 살고 싶어요”였다.

/김혜숙 백석대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