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은 우리 동포다. 1930년대 후반 옛 소련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한 조선인 17만여명의 후손이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나라론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이 꼽힌다. '스탄'은 땅이란 뜻이고, 스탄 앞에 붙은 말은 민족의 이름이다. 중앙아시아는 여름엔 아주 덥고, 겨울엔 몹시 춥다. 비도 잘 오지 않아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전해진다.

일제 강점기 때 많은 조선인이 고향을 떠나 두만강 북쪽 소련 땅인 연해주에 가서 정착했다. 고려인의 탄생 배경이다. 그런데 소련은 그 곳에 살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쫓아냈다. 스탈린 정권이 1937년 고려인 사회에 일본첩자 침투를 막기 위해 격리한다는 구실로 삼았다. 허허벌판으로 쫓겨 간 고려인들은 갖은 고생 끝에 새로운 가정과 농토를 일구었다. 세월은 야속하다고 했던가. 소련이 해체(1991년)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고려인들은 다시 타격을 입었다. 독립국가들이 생겨나면서 배타적 민족주의 대두에다 고유 언어 사용을 하면서다. 특히 언어 문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일으켰다. 고려인 입지는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상당수 고려인 동포가 선택한 길이 '한국 귀환'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했다. 현재 국내 거주 고려인은 8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고려인 중 인천에 7000여명이 산다. 최근 5년 새 4.8배 이상 증가한 숫자로, 연수구에만 6000여명이 거주한다. 고려인 밀집지역인 연수동 함박마을이 유명하다.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조부모 고향을 찾은 고려인 3·4세다. 지금까지 이들에게 가장 큰 과제는 육아와 교육이다. 출근을 하면 아이를 돌봐줄 가족이 없고, 국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는 일은 언어나 금전적으로 인해 언감생심이다.

실제로 인천시의회 조사 결과 인천지역 고려인 주민들은 보육 지원에서 배제돼 경제적 부담에 시달린다. 시의회는 중앙정부 정책만 기다리지 말고, 부천·안산 사례처럼 외국인 자녀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보육 지원 방안을 세우라고 주문한다. 취학 전 유아의 교육비는 무상이지만,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고려인 자녀는 이런 지원에서 빠진다. 외국인 국적을 갖고 있어서다. 인천여성가족재단 보고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연수동 거주 고려인 가구 중 150세대가 2명 이상의 취학 전 자녀를 키우지만,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급선무는 고려인 미취학 아동의 돌봄이다.

우리는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을 '고려인', 중국으로 넘어간 사람들을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호칭에서부터 차별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알게 모르게 이들을 비하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들의 후손은 오늘 이 땅에 들어와 온갖 고달픔을 마다하고 생활전선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일제 강점기 시절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져야 했던 고려인의 후손들을 정녕 이렇게 '지원 사각지대'에 내버려 두는 게 옳은 일일까.

/이문일 논설위원 ymoon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