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국내 대중음악의 발상지다. 우리 음악사(史)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곳이다. 물론 그 출발 지점엔 서양의 팝과 록 등이 주를 이뤘지만, 음악의 보편성을 따지자면 인류문명을 아우른 예술이지 않은가. 노래와 춤 등의 끼를 물려받아 흥을 돋운 배달의 민족으로선 동서양을 막론한 당연한 귀결로 여겨진다. 개항(1883년) 후 갖가지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녹여낸 인천으로선 그닥 놀랄 일도 아닌지 모르겠다. '개방성'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천이기 때문이다.

우리 음악의 전통은 궁중 아악에서부터 판소리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게 전개됐다. 여기에 거문고와 가야금 등 여러 악기를 더해 더욱 다채롭게 했다. 민중들은 아울러 다양한 노래를 만들어 시름과 기쁨을 서로 나눴다. 세계인들이 '아리랑'을 들으며 감탄하는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음악은 자국민들의 감정과 혼을 지배한다. 음악은 거기에 맞춰 울고 웃는 '세계 공통어'란 평을 듣는다.

그러면 인천의 대중음악은 어디서 탄생했을까. 대부분의 음악평론가가 그곳을 '부평'이라고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전쟁 후 부평 미군부대 애스컴(US Army Support Command)에서부터 싹을 틔웠다고 전한다. 지금은 캠프마켓이라고 불리는 미군부대를 통해 1950∼60년대 팝·록·재즈 등 다양한 서양음악 장르가 유입됐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설 무대가 별로 없었던 대중음악인들에게 애스컴이 '전초기지' 구실을 한 셈이다. 인천이 국내 대중음악 발상지라고 말하는 근거다. 그 무렵 애스컴이 마련한 무대에서 뛴 가수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기라성 같은 예술인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K-POP 전성시대'는 여기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천시가 지난 12일 음악으로 소통하며 향유하는 음악도시를 만들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지난 7개월간 민관협의체 운영과 정책 토론회 등 민·관 소통과 협력의 최종 결과물이다. '음악도시 인천'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주는 뮤지컬 쇼도 진행됐다. 계획의 3대 목표는 '음악으로 행복한 시민', '음악으로 키우는 산업', '음악으로 활기찬 도시'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5년간 39개 사업에 3544억원을 투입해 3대 목표 9개 과제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반환되는 캠프마켓을 중심으로 '음악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더불어서 기왕이면 '영화 분야'에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 영화와 음악이 만나 폭넓은 대중적 문화도시를 조성하면 어떨까. 그러지 않아도 인천은 영화도시로서도 유명하다. 인천은 국내 첫 실내 영화관인 애관극장을 비롯해 내노라할 배우를 많이 배출한 곳이다. 최근까지 개항의 역사·문화가 깊이 서려 있는 인천에서 촬영한 영화도 수두룩하다. 영화 역시 음악과 함께 미래 문화산업으로 손꼽히는 만큼, 음악을 넘어 영화도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린다.

/이문일 논설위원 ymoon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