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올해는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올해 2월에 감염이 시작된 후 12월을 맞기까지 몇 차례의 대유행을 잘 견디어 왔지만, 이번 겨울에 맞는 3차 대유행은 쉽게 관리되기 어려워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어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층 취약계층에 감염이 이루어지면, 그땐 음압병실에 치료를 요하는 중환자가 속출할 것이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자가 늘 가능성도 있다. 이미 유럽, 미국, 남미 등 전세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 발생되지 않게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신종 감염병이 이번에 국한되지 않고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K-방역으로 지역사회 대규모 확산을 잘 막고 있지만, 공공의료와 지역사회 돌봄체계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사회는 보건위기의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유엔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고령화 속도가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가 2000년 고령화사회 이후 25년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되는데 반해 일본은 36년, 독일이 77년, 미국이 94년, 프랑스는 무려 154년이 걸렸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2017년 란셋(Lanset)이라는 유명한 학술지에 35개 중요 선진국에서의 향후 기대수명 전망치가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2030년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기는 최초의 국가가 나오는데, 그 국가가 바로 대한미국이다. 2030년에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이 91세로 인류 최초로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기게 된다. 기대수명의 증가는 소득 증가, 생활수준의 향상을 다 반영하는 것이어서 이것 자체는 매우 반길 일이다. 하지만 기대수명의 증가에 따른 고령화는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담 증가를 가져다 주는 일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성 치매도 급증하고 있다. 국가 치매안심제를 통해 치매환자는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조기 치매 진단 및 관리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고령층에 대한 선제적인 건강관리 강화를 통해 치매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하며, 치매환자들의 생활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가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 치매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지역사회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치매환자의 관리에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가운데 노인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이 40%로 유난히 높다. 가난한 노인들은 치매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노인이 영양 빈곤에 빠지는 경우 뇌에 독성물질의 영향을 막아주는 항산화물질의 부족 등으로 치매 가능성이 높다. 노인일수록 일상적인 식사의 질을 높이면 치매 예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인 독거노인의 경우 식사가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마을 부엌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마을환경을 변화시켜 가야 한다. 주거환경이 열악해서 유해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이 많은 환경이거나 알루미늄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이 이루어지면, 이 역시 신체 방어기전이 약화된 상태에서 뇌가 독성영향을 받아 치매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8년도 기준으로 인천시에는 65세 이상 고령층 중 8만5000명이 요양, 생활, 안전지원과 같은 돌봄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65세 이상 노인 중 6.8%가 치매환자이다. 치매환자도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건강한 노령기를 보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걸맞는 커뮤니티케어, 의료-돌봄-복지-주거 체계가 구축되었으면 좋겠다.

인천시는 노인돌봄에 대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시는 최종적으로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단지 소득이 높은 사회가 아니라,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기 위해 경제개발 등에 힘쓰는 것 아닌가? 이제 인천시민들이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