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선 경기 서부취재본부 부국장

다음달 출소하는 잔혹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거주 예정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주민들이 최근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하루가 멀다고 관련 뉴스를 쏟아내는 언론사들에 대해 과도한 취재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안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입주민대표회장 명의의 '언론인 및 언론사에 전하는 주민 호소문'을 안산시와 각 언론사에 전달했다. 안산시 역시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법무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이 내용을 전달하고 언론윤리 준수 및 취재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주민들은 최근 많은 언론이 조두순 거주 예정지 인근에서 장시간 머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취재에 나서면서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몇 가지 당부를 간절히 호소했다. 먼저 입주민 동의 없이 아파트 단지를 출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허락 없이 주민들을 촬영하거나 인터뷰하는 등 무리한 취재 행위를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주민 개인 신상이나 지역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하거나 촬영하지 말고, 아이들 교육환경 및 일상생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장시간 상주 취재 행위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최근 해당 지역 주변에 언론 취재가 급증하면서 구체적인 위치를 알 수 있는 영상이 공개돼 관련 정보가 온라인상에 돌고 있으며, 기존 언론 이외에 일인 미디어 등이 관련 취재에 나서면서 현장과 주민에게 매우 근접하는 사례가 발생해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 역시 최근 성범죄자 조두순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피해자의 '2차 피해'와 '잊힐 권리'를 배려하지 않고, 선정성만 부각하는 태도에 대해 심각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시는 지난 11일 “조두순 관련 기사가 쏟아지면서 극심한 피해를 본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74만 안산시민 전체를 불안에 떨게 하는, 2차 가해에 준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배려를 해달라”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또 “이런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싶어서인지, 올바른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인지, 혹은 '클릭'을 높이고 싶어서인지 해당 언론사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며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길 절실히 바라는 마음으로 언론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경찰과 협력해 무도실무관급 6명 등 12명의 청경을 투입해 24시간 순찰체계를 가동하며, 경찰 역시 주민불안 해소와 조두순의 재범 차단을 위해 전담팀(5명)을 배치해 출소하는 조두순을 24시간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 산하 안산보호관찰소도 감독 인력을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조두순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통한 전자감독 요원도 추가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는 연말까지 추가로 방범 취약지역 64곳에 감시카메라 211대를 더 설치하는 등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촘촘한 방범망 구축에 나선다.

주민들은 조두순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과 대책 마련에 대한 언론보도를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과도한 취재로 주민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조두순이 출소를 앞두고 체력단련 중이라거나 출소 후 커피 장사를 할 거라는 등 언론이 앞다퉈 본질과 동떨어진 흥미 위주의 기사를 중계방송하듯 쏟아내 주민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