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9. 역사를 뛰어넘은 근대건축물] 철거 대신 재생으로…타 지역은 이미 방향 전환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9. 역사를 뛰어넘은 근대건축물] 철거 대신 재생으로…타 지역은 이미 방향 전환
  • 이순민
  • 승인 2020.11.26 19:22
  • 수정 2020.11.27 09:51
  • 2020.11.27 인천판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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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13년 '미래유산' 도입 이후 도시 역사 담은 470개 선정
부산, 전국 최초 보호 조례 제정…대저수리조합 건물은 철거 위기
대구, 주민 참여 '리노베이션'…근대건물 지키고 원도심 활성화
▲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서울 손기정기념관과 회현동 계단집, 동아대 석당박물관, 부산근대역사관.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서울 손기정기념관과 회현동 계단집, 동아대 석당박물관, 부산근대역사관.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26일 오전 11시쯤 '서울로 7017'. 지난 1970년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보행 전용으로 탈바꿈한 도로에 올라섰다. 서울로 7017에서 100년 역사를 품은 사적 제284호 옛 서울역 역사를 왼편으로 두고 걸으면 만리동 광장 끄트머리에서 '손기정 체육공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이 나온다.

손기정 기념 프로젝트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과정에서 회현동 건축자산 활용과 함께 역사문화 재생 사업으로 진행됐다. 손기정 체육공원은 일제강점기 주택이 도시재생 거점시설이자 마을 카페로 재탄생한 '회현동 계단집'과도 서울로 7017로 연결된다. 이 공원에는 눈길을 끄는 2층 벽돌 건물이 있다. '서울미래유산'이라는 동판이 걸린 손기정기념관이다.

 

▲서울 '미래유산' 부산 '근대건조물'

이 기념관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 모교 옛 양정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2년 개관했다. 그리고 이듬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미래유산은 2013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470개가 선정됐다. 근현대 서울을 기억하고 미래세대에 전해주기 위한 문화유산 보전 사업이다. 지정·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도시 역사를 보여주는 근대건축물, 생활문화 장소를 비롯해 유무형의 유산이 대상이다. 미래유산 보존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시민 제안을 받고, 현황조사도 병행한다.

인천과 마찬가지로 개항의 역사를 지닌 부산은 근대건축물을 보존·활용하는 조례를 두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근대건조물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개항기부터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까지 건립된 역사적 건축물을 '부산시 근대건조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근대건조물 보호위원회를 운영하면서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우고, '근대건조물 특화거리'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시 근대건조물은 부산대 인문관, 옛 하야리아 미군장교클럽 등 8개가 지정돼 있다. 부산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는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부산시 지정기념물 제49호)이나 동아대 석당박물관으로 쓰이는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국가등록문화재 제41호)처럼 지정·등록문화재가 아닌 근대건축물을 보호하는 제도다.

다만 부산에서도 근대문화유산은 보존과 철거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한다.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옛 대저수리조합 건물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문화시설 건립이 추진되면서 철거 위기에 몰려 있다. 부산시 도시재생정책과 관계자는 “실시설계 공모작이 들어온 상태”라며 “보존을 권고하고 있지만 옛 대저수리조합 건물이 강서구 행정재산이라 최종 결정권도 구에 있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 원도심 살린 대구

인천이나 부산, 목포, 군산처럼 개항장은 아니지만 근대건축물로 주목받아온 도시는 대구다. 대구 원도심인 북성로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민관 협력으로 근대 골목 개선 사업이 벌어졌다. 지난 2011년 주민참여형으로 대구 중구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이 본격화했고 '북성로의 재발견', '공구박물관' 프로젝트 등도 잇따라 진행됐다.

이 사업은 근대건축물 소유주가 구조·외관 등을 보수하면, 중구가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었다. 중구가 32건에 16억원을 지원하는 동안 시민 투자금은 56억원에 달했다. 리노베이션 사업에 참여했던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근대건축물을 보호하면서도 자발적 투자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방지로 시민 자산 가치 상승을 목표로 했다”며 “실험적 프로젝트였지만 원도심을 활성화하면서 부동산 가치를 회복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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