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포털 사이트에서 '트럼프 사기꾼'을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관련 기사가 뜬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는 사기꾼이다”라고 증언했다. 증언에는 러시아 스캔들 등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를 놀라게 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은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전 세계가 자신 위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자아도취자”라고 조롱했다.

사기꾼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말은 거짓말쟁이다. 자신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잘하고, 가책을 느끼지 않는지 표정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재임 중 하루에 10번 가량 거짓말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외에 장사꾼•악당•인종차별•약탈자 등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패했음에도 곱게 물러날 뜻은 없는 것 같다. 트럼프는 대선 직후 위스콘신주의 재검표를 요청하고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조지아주, 네바다주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패자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메시지를 내놓는 미국의 전통을 124년 만에 깬 것이다.

소송전이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되면 미국 사회가 장기간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에서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부인과 사위마저 트럼프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트럼프의 '몽니'는 퇴임 뒤를 대비한 방어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대통령 취임 전후에 드러난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 혐의는 영장이 발부됐으나,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집행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면 당장 기소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은 늘 특별한 존재였다.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고, 세계평화 질서를 주도한다고 자부해온 미국이다. 견제와 균형의 논리가 실제 정치에서 작동됐고, 인류 보편적 가치의 수호자였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품격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4년간 트럼프가 보여주었다. 대통령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도 증명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자국 이익만을 내세워 미국의 우방이었던 나라들과도 척을 지는 관계로 만들었다.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우리나라도 피해자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트럼프일 것이다. 트럼트의 패배가 굳어지자 시민들은 백악관 담장에 “트럼프, 넌 해고야!”라는 현수막을 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