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내고 사드 철수해 미제속박 벗어나자
▲ 차력술사들은 큰 횃불(火화)이라도 콧바람(식식)으로 끈다(熄식). /그림=소헌

산 모양이 날개를 펴고 내려앉은 두루미를 닮아 이름 붙여진 문학산(文鶴山)은 인천을 대표하는 산이다. 산꼭대기가 마치 배꼽을 내놓고 드러누운 모습이라 해서 ‘배꼽산’이라고도 불렀는데,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레이더기지를 설치하기 위해 15미터나 깎아내려 지금은 평평해진 상태다. 어쨌든 그때는 주변에 얼씬거리지도 못하다가 2015년이 되어서야 불완전하게나마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미사일은 이전하였다지만 부대와 철조망은 그대로 두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무기공장(조병창)으로 사용되다가 광복 후에는 미군이 점령하여 부대로 꾸민 부평 캠프마켓이 부분 개방되었다. 축구장 60여 개에 달하는 면적 중에서 아직도 반환받아야 할 곳이 50개에 이른다. 미군의 승인 없이는 할 수 없으니 그 땅은 우리 땅이 아니라 미국 땅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아미타역(阿彌陀逆) 아미타불(佛)이 거꾸로(逆) 되는 것이니 ‘도로아미타불’을 일컫는다. ‘아미타’는 극락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다. 평생을 바쳐 아미타불을 외우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이 고생만 하고 공들인 일이 허사가 되는 경우를 비유한다. 한국 속 미국 도시 ‘험프리스’는 한국 돈 18조원이 들어간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로서 면적은 여의도의 6배나 된다. 종식終熄해야 할 미군부대가 인천을 떠나 도로 아니 더 비대하게 진화했다.

 

熄 식 [꺼지다 / 멸망하다]

①息(숨쉴 식)에서 自(자)는 사람의 주름진 코를 본떴다. 그러다가 ‘스스로’라는 뜻으로 쓰게 되었다. ②숨을 쉬면(息식) 코(自)를 통해 공기가 심장(心)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③불면(自) 날아갈까 숨쉬면(心) 꺼질까 그렇게 키우는 것이 자식(子息)이다. ④자동차여행을 하다 지치면 말(舌혀 설)도 하고 한숨(自) 돌릴 수 있도록 마음(心) 편히 쉬는 곳이 휴게소(休憩所)다. ⑤사람이 죽어서 화장(火)을 하면 숨(息)이 완전히 꺼지게(熄식) 된다. ⑥차력술사들을 보라. 큰 횃불(火)도 콧바람(息)으로 끈다(熄).

 

彌 미 [두루 / 드리우다 / 미륵]

①‘너’를 뜻하는 2인칭 대명사 爾(이)는 실을 감는 물레를 본뜬 글자다. 진정한 사랑은 한결같이 도는 물레 같은 것이다. 간략하게 _(이)로 쓴다. ②彌(미)는 활(弓궁)을 둘러매듯 주변을 빙 둘러싸는(爾) 모습으로 ‘두르다’의 옛말 ‘두루다’에서 왔다. ③미추홀에서 미추彌鄒는 둥그스름한 산 ‘두루뫼’인데, 그대로 ‘두루미’로 쓰였다고도 본다. 鄒(추)는 두루미 먹이가 되는 짚이나 꼴을 뜻하는 芻(추)에 고을(__邑읍)이 합쳐졌다. 忽(홀)은 ‘골’ 즉 고을이라 미추홀을 ‘물골’이라고도 한다.

비류왕이 터를 세운 미추홀은 매소홀_소성_경원군_인주 그리고 인천으로 바뀌었다. 마을의 흥망성쇠는 곧 국운國運을 가르는 이정표가 되었다. 이곳에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맞고 잇달아 강화도조약을 통해 외세에 힘없이 무너진 역사를 기억하는가? 특히 미국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과 손잡고 조선을 배신했다.

인천은 개항의 상징이면서 외세의 상징이 되었다.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외국 군인을 신처럼 모시는 일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 그는 위정자들의 은인일지는 모르지만 한강토 인민에게는 아니다. 이제 전쟁을 끝내고 사드를 철수하며 미제속박의 사슬을 종식終熄하자. 그런 뒤 누워서 배꼽에 소금을 담아 감자에 찍어먹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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