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하루하루 떨어지는 기온에 사람들 옷도 점차 두꺼워지고 있다. 지난 겨울 찾아온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집어삼킨 우리 일상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가는 것도, 나들이 가는 것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자유롭게 누리기 힘들다.

코로나19를 처음 맞았던 겨울이 또 다시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코로나에 더해 독감 유행을 우려하며 독감 무료접종 대상을 올해 대폭 확대했다. 발열, 인후통, 기침 등 코로나와 독감 증상이 비슷하다. 자칫 코로나에 이어 독감까지 두 바이러스 감염병이 유행하는 쌍둥이 팬데믹, 트윈데믹(twindemic)이 발생하게 되면 대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독한 감기로만 알아왔던 독감은 사실 급성 바이러스(virus) 감염 질환으로, 증상만으로는 코로나와 독감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결국 정부는 올해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를 전 국민의 37%인 1900만명을 무료접종 대상으로 했다. 대상자를 500만명 확대한 셈이다.

그동안 독감으로 연간 2000여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독감백신 역시 무료접종•유료접종 등이 해마다 이뤄졌다. 하지만 2020년 독감백신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유독 백신 배송부터, 백신 접종 의심 사망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혼란에 빠지고 있다.

무료접종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독감백신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냉장유통 기준에 벗어나 백신 48만개가 회수되고 접종 시기가 연기•조정됐다. 백신 내 백색 침전물 논란도 불거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인천에서 독감백신 접종 후 이틀 뒤 숨진 17세 고등학생을 시작으로 백신 관련 사망 의심사례가 나타나더니 잇따라 전국적으로 사망 의심사례가 집계됐다. 인천 고등학생 사례는 독감백신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경찰에 통보했지만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맘 카페에서는 자녀는 물론 자신의 백신 접종도 포기하겠다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다고 신고된 건수는 지난 23일 기준 1154건이다. 무료접종이 848건, 유료접종은 306건이다. 증상별로는 알레르기 반응 245건, 발열 204건, 국소 반응 177건, 기타 480건이다. 나머지 48건은 접종 후 사망했다고 보고된 사례다.

한두해 이뤄진 독감백신 접종이 아니건만 그동안 독감백신 부작용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탓도 크다. 혼란을 더 부추기는 건 정부와 지자체 간 엇박자도 한몫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독감백신과 사망 직접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지자체와 병원들은 접종보류 입장을 내놨다. 영등포보건소와 포항시가 보류 공문을 내려보낸 가운데 제주지역 병•의원 72곳도 접종보류에 나섰다. 전라남도 등도 백신 접종보류를 검토하면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결국 전문가 의견들이 엇갈리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시민들의 혼란이 계속돼 독감 대응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독감처럼 해마다 서늘해지면 찾아오는 국회 국정감사, 즉 국감도 시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기는 마찬가지다. 무언가 시원한 한방을 기대했으나 곳곳에서 맹탕국감이라는 지적뿐이다. 국감도 다 끝나가는데 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마지막 국감에서는 반말과 욕설이 튀어나오며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선보였고, 구본환 전 사장의 해임으로 주목받았던 인천국제공항공사 국감도 구 전 사장의 증인 출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문만 남기게 됐다.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역시 윤석열이란 이름만 남기며 끝이 났다. 피해금 2조원이라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는 실종한 채 여•야의 수준 낮은 말싸움만 이어졌다. 정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부끄럽다. 또 한 국회의원은 국감 중 휴대폰 게임을 하다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많은 분석들이 이어진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초선이 151명인 21대 국회의 경험부족이 원인으로 꼽히는가 하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상 감사 등이 내실없는 국감을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코로나 사태에도 올해 역시 국감 무용론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접종 후 목숨을 위협한다는 우려로 걱정거리가 된 독감백신과 그야말로 센 백신 한방 없이 맹탕으로 끝난 국감. 독감이든 국감이든 이래저래 머리 아픈 계절이다. 시민들의 답답한 속을 뚫어줄 시원한 백신 한방이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