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이 난 지난 7월6일,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낯선 단어가 하나 올라왔다. '디지털교도소'

지난 3월에 이미 개설된 이 웹사이트에는 손정우를 포함한 성범죄자와 아동학대범, 살인마 등의 얼굴•나이•주소•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가 공개돼 있었다. 이른바 디지털교도소다. 모두 176명이 자신도 모르게 희한한 교도소에 갇힌 셈이 됐다.

디지털교도소장을 자처한 김모씨는 “성범죄자 등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져 범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신상공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되면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있으니 신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좋은 세상 만들자고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타인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없는 불법이다. 하지만 n번방•박사방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던 시기에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해 한때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에 억울하게 신상이 공개되었다고 주장하던 대학생이 자살하고, 동명이인의 신상이 성범죄자로 올라오는 등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자 김씨는 돌연 잠적한다.

“조두순의 신상정보를 올리기 전까지 잡히지 않겠다”던 그는 베트남에서 검거된 뒤 지난 6일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 “혐의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디지털교도소 2기 운영자는 “앞으로 법원 판결, 언론 보도자료 등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공개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지만 그 역시 경찰에 쫓기고 있다.

디지털교도소 운영방식, 검증방법 등은 베일에 감춰져 있었는데 실마리는 운영진이라고 밝힌 사람의 제보였다.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일꾼, 일꾼들을 관리하는 간부, 그리고 디지털교도소 수감(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단 등 30~50명의 인원이 각각 역할을 나눠 활동하는 등 운영이 꽤 조직적이었다고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교도소가 탄생함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사법권을 불신하고 비웃고 조롱하게 만들었다”며 “건전한 사회 유지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금 다른 해석도 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 대표는 “성범죄 가해자들이 국민 대다수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 판결을 받는다는 인식들이 작동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정우는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라는 말이 무색하다. 고시원에서 달걀 18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 이모씨는 1년6개월을 구형받았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디지털교도소가 필요악이라는 시각이 대두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