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시스템 개선 없인 화마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소방당국 긴급출동지령 부터

위기아동 분리 보호조치 등

용현동 사고 후 제도변화 목소리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14일째를 맞은 가운데 화재로 크게 다친 형제가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보호자가 집 안에 있었더라면,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돌봄을 받고 있었더라면, 소방당국이 아이의 구조 요청에 탄력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고였다. 사고가 나기 전 해당 지역 화재 통계가 다세대주택의 화재 취약성을 경고해왔던 것도 탄식이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화상환자 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화재 대응·돌봄·교육·의료 등 전 분야에서 관련 시스템 또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기사 5·7·12면

 

▲곱씹어 봐도 아쉬운 초동 대처

인천일보 보도(9월21일자 1면)로 초등학생 형제의 다급한 구조 요청이 소방당국에 닿은 지 '1분23초'가 지나는 동안 출동 공백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선 긴급 출동 지령 시스템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최근 논평을 내고 “어린 나이의 신고자가 주소를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신속하게 현장을 찾고 도착해 구조하는 긴급 출동 지령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인명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신고가 접수된 장소 인근 119안전센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출동시키고, 경찰도 함께 신고자 위치를 찾는 입체적 구조 활동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허종식(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화재 취약계층 주거시설 점검과 긴급 출동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이 확인됐다. 시스템과 제도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재 안전망에서 벗어난 저층 공동주택들이 소방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이와 유사한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새로 짓게 될 거주시설에 층수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돌봄 사각지대 해소 시급

보호자 없이 집 안에 있다가 변을 당한 형제 사연은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큰 숙제도 남겼다.

우선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으로 아동 돌봄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조언이 눈에 띈다. 임병구 석남중학교 교장은 “돌봄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마을과 이웃의 관심”이라며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동네 돌봄센터에 모여 친구들과 놀거나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하는 조치가 법적 강제성을 띄지 않고 있는 것도 이번 화재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영인 꿈동산지역아동센터 대표는 “가정 내 돌봄이 불가능하다면 아동 인권을 위해서라도 보호자와 분리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증 화상환자를 치료하는 화상전문병원을 인천에 유치해 초기에 적절한 대처가 중요한 화상 치료의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화상 치료는 300만 대도시 인천에는 꼭 필요한 의료 영역”이라며 “인천시민이 신속하고 적절한 화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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