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빌라 화재 피해 초등생
형, 동생에 이불 씌우고 대피 추측

시·교육청 돌봄 공백 최소화 협력
취약층 발굴·지원체계 강화 방침

최근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발생한 화재로 중태에 빠진 형제에 대해 주변 이웃들은 우애 깊은 형제로 기억했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미추홀구 형제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7일 미추홀소방서에 따르면 소방대원이 불이 난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미추홀구 빌라에 출동했을 당시 초등생 형제 A(10)군과 동생 B(8)군은 각각 안방 침대 위와 책상 아래에서 발견됐다. 형제는 음식을 하던 중 불이 나자 조리대와 약 5m 정도 떨어진 안방으로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동생은 이불로 덮인 책상 아래에서 발견됐다. 이 이불은 형이 씌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생이 혼자 힘으로 책상에 이불을 씌우고 불을 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길이 번지자 형은 동생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침대 위 텐트로 대피한 것으로 추측된다.

형이 덮어준 이불로 동생은 1도 화상을 입었다. 동생을 먼저 구하려고 한 형은 전신의 40% 정도 3도 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다. 형제 모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평소였으면 형제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해 벌어진 비극이었다.

미추홀구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시는 우선 각 군·구와 함께 지역아동센터 등 돌봄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돌봄 소외 위험군 대상자를 발굴해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돌봄서비스 운영을 활성화하고, 교육복지 우선 지원사업과 연계한 취약계층 학생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취약계층 학생 대상 원격수업 기간 중 중식비 지원에 더해 취약계층 학생의 안전사고 발생 시 지속적인 의료와 학습·정서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시교육청은 이번과 같은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가 생길 경우 관련 기관·단체 등과 연계한 응급대응팀을 가동해 신속한 조치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교육 안전망 구축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 가슴이 아프다”며 “원격수업 상황에서도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살피겠다”고 말했다.

/정회진·이아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