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포천에서 발생한 미군 장갑차 추돌사고와 관련 SUV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SUV 운전자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운전면허 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나왔다.

지난 8월30일 오후 9시30분쯤 관인면 중리 영로대교에서 SUV 차량이 미군 장갑차를 추돌, SUV에 타고 있던 A씨 등 50대 부부 2쌍이 숨졌다.

장갑차에 타고 있던 미군 운전자 20대 상병도 부상을 당했다. 당시 경찰은 A씨의 구체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속 10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려 장갑차를 추돌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시속은 에어백 모듈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추산됐다. 사고 지점인 영로대교는 시속 60㎞ 제한 구간이다.

SUV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 당일 영로대교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함께 타고 있던 50대 남성 B씨가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B씨에 대한 시신 부검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A씨와 마찬가지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의 수치로 확인됐다.

SUV 탑승자가 모두 사망해 사고 직전 운전자가 B씨에서 갑자기 A씨로 바뀐 정확한 경위를 밝혀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술에 취한 B씨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A씨가 나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그때까지 미군 장갑차가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곳은 영로대교에 진입해 650m가량 달린 지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리에 진입하기 직전에 운전자가 교체됐는데,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그때는 두 차량 간 거리가 있어 미군 장갑차가 앞에서 서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들이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SUV 운전자의 음주운전과 과속 외에 장갑차를 운행한 미군 측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장갑차 대열 앞뒤로 호위 차량인 ‘콘보이’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진보당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은 “미군 측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국내 도로교통법상 군용 차량이 이동할 때 불빛 등으로 호위하는 콘보이 차량이 꼭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한미협정서에 관련 규정이 있다는 주장에 따라 이를 조사 중”이라며 “미군 측에 관련 내용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