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수 전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

교육자가 뜬금없이 웬 벌고 쓰는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돈은 경제교육의 중요한 대상이니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돈 얘기를 지나치게 금기시하는 교육문화가 교육의 생기를 잃게 만든 원인은 아니었을까. 오죽하면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10억원이 생긴다면 기꺼이 감옥에 가겠다'는 답변항목으로까지 오도했을까.

주택을 몇 채 소유했는지가 새삼스레 화두다. 주택이라고 하지만 결국 돈과 욕망이다. 어떻게 벌고 여하히 제어하느냐가 요체이다.

부동산 대책의 일환이거나 청문회 단골 메뉴로 오르내리더니 최근 대통령 비서진 개편 과정에서, 조모 씨의 시무 7조에서 세간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갈 것을 교육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장려한다. 사실 학생이 택하는 노력의 방향과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명예나 권력일 수도 있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일 수도 있으며, 다주택 또는 돈일 수도 있다. 그 모두는 인간의 본성상 존중되어야 한다.

다주택 소유를 경계하거나 힐난할 이유나 명분은 원칙적으론 없다. 물론 정당하게 번 돈이어야 하고 다운계약이 아니어야 하며, 불법적 정보에 의한 투기가 아니어야 한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돈을 벌어 구입한 주택은 몇 채가 되었든 장려할 만한 일임이 분명하고 최소한 그 자체를 문제삼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물질보다는 정신적 풍요를 중시하는 대다수 교육자 눈에 주거용을 넘어 몇 채나 되는 주택 소유가 마뜩잖은 건 상식이다. 더구나 그로 인해 집 한 채가 꼭 필요한 사람의 기회가 날아가는 게 분명하다면 부동산 대책과는 별개로 교육에서도 처방 마련에 적극 나설 일이다. 처방의 기본 방향은 돈의 사용법이 바람직하다.

'정승같이 썼는지'를 보는 게 가치가 있다. 벌어서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보면 정승감인지 아전감인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몇 채인지를 보고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건 부정확하고 때론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의 명문 사학 필립스(Phillips) 고등학교의 교훈에는 '이기적이지 않은(Not for myself)'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배워서 번 것을 나를 위해서만 쓰지 마라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 청소년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각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들이 집도 장만하고 돈 많이 벌어 자기가 아닌 이웃과 사회를 위해 쓰겠다는 장하고 멋있는 꿈을 북돋우고 응원하자. 정승같이 쓰는 게 무엇이고 왜인지를 차근차근 가르치자. 우리의 장한 젊은이들은 그 가르침을 수용할 자세를 갖고 있음을, 평생 학생들만 가르쳐온 필자는 안다. 우리 아들 딸을 이기적이지 않고 이웃과 사회를 위해 쓸 줄 아는 품격있는 인재로 기른다면 다주택 소유 문제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