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고색동 토박이 서동수씨

 

“수인선 열차,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서민적이면서 참 따뜻한 공간이었죠.”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는 사람들의 삶과 밀접했다. 먹고 사는 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일과 늘 함께였다. 많은 이들이 25년 만에 옛 향수를 떠올리는 이유다.

수원 고색동에서 나고 자란 서동수(54)씨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수인선은 '인생' 자체였다. 어렸을 적 깔깔대며 놀았던 놀이터였고, 가장 화려했던 청춘의 배경이었다.

“땡땡땡 소리 아세요? 그 소리가 얼마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지 모릅니다.”

수인선은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로 꼽혀왔다. 수원 토박이인 서씨도 지금 아내와 열차를 타고 수원에서 인천 소래포구로 넘어가 데이트 했던 추억부터 꺼내들었다.

“소래포구 도착해서 2~3시간 놀다가 밤 6시 정도에 수원 돌아오는 열차를 타면 딱이에요. 많은 연인들이 이용했어요. 수인선이 사랑을 연결해준 것이죠.”

대학생들도 수인선 단골손님이었다. 서씨는 “지금 대학생들은 교통이 활성화돼 여기저기 다닌다지만, 예전에는 수인선이 최고였다”며 “소래포구, 송도 유원지로 가면 술 마시고 낭만을 만끽하는 청춘들이 많이 보였다”고 전했다.

서씨는 수인선이 특히 서민과 연관성이 깊다고 했다. 농어민들이 생계를 위해 자주 이용했고, 이용요금도 저렴했고, 서로를 따뜻한 시각으로 보는 문화가 그 안에 가득했다는 이유다.

그는 “앞자리 승객이랑 무릎이 거의 닿을 정도로 자리 폭이 좁아요. 장사하고 농사하시는 아주머니들이 한가득 짐을 복도에 막 쌓아두고, 짠 내도 나고 그런데 누구 하나 싫은 소리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좁은 자리서 대학생들이랑 연인, 아주머니들, 검표원까지 서로 묻고 농담하면서 훈훈함이 넘쳤다”고 덧붙였다.

수인선은 놀 곳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인기였다. 철길 중심으로 일종의 '놀이문화'가 생겼을 정도다. 다소 위험할 듯하지만, 수인선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기에 가능했다.

“친구들이 철길에서 많이 놀았어요. 위험했던 적도 있는데, 협궤열차다보니 워낙 느리잖아요. 그러니까 열차가 멈춰요. 차장 아저씨가 내려서 손잡고 안전한 곳으로 간 다음에 '위험하다'면서 꿀밤을 때렸어요.”

서씨는 수인선 완전 개통에 대한 기대를 가득 품은 얼굴로 한 사진을 소개했다. 대학생 시절 찍어둔 수인선 풍경이다. 그는 1995년 사라진 추억을 다시 맛보고 싶다고 했다.

“수인선이 다시 연결된다는 건 교통 편리, 경제 효과도 있지만 굳어버린 추억이 살아난다는 의미다. 새로운 수인선, 꼭 타러 갈게요.”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