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낯섦과 익숙함
[취재수첩] 낯섦과 익숙함
  • 이순민
  • 승인 2020.09.09 16:53
  • 수정 2020.09.09 17:14
  • 2020.09.10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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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민 정치부 기자

9위. 인천 야구팬들은 어느덧 종반으로 치닫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낯선 순위표를 마주하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10개 구단 가운데 꼴찌 바로 위,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9일 경기 전까지 8위와는 무려 15.5 경기 차가 났다. 꼴찌인 한화 이글스와는 2.5 경기 차다. 상승보다 추락이 가까운 처지다.

지난 8일에는 큰 점수 차를 지키지 못하고 보기 드문 역전패를 당했다. 시즌 초반에 이어 두 번째 10연패다. 병상에서 복귀한 염경엽 감독은 다시 병원으로 실려갔다. 설상가상이다. 와이번스가 재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지난해 1위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본 인천 야구팬들은 더 이상 희망을 논하지 않는다.

14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8월 시장•도지사 지지도 조사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의 순위다. 15명 가운데 꼴찌 바로 위, 최하위권이다. 한 달 전보다 지지도는 36.4%에서 37.9%로 소폭 올랐으나 순위는 변함없었다.

시장•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인천시장은 수년째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인천시민들에게는 익숙한 순위표다.

이런 불명예를 박 시장이 모를 리 없다. 올 초 새얼아침대화에서 그는 “여론조사만 하면 꼴찌다.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임 시장들보다는 지지도가 낫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맞붙었던 유정복 전 시장을 향해 꼴찌 수준인 지지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최하위권에 그치는 인천시장 지지도는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분석 결과까지 친절하게 배포해 주지만, 지역 언론은 별로 관심을 쏟지 않는다. 어차피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신선함이 없다는 얘기다.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다. 특정 정당 지지도가 높은 다른 시•도와 달리 옅은 지역색이 낮은 순위로 연결된다는 분석도 있다. 표본이 적어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천과 같은 수도권으로 묶여 지역색이 덜한 경기도는 지지율 1위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두고 있다. 이재명 도지사는 취임 직후였던 2년 전만 해도 지지율 꼴찌였다. 순위로만 행정을 평가하긴 어렵지만, 가파른 상승만큼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며칠 전 병상에서 잠시 돌아왔던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은 “내년에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했다. 박남춘 시장은 지난 6월 말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4년 임기 안에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재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2년 앞둔 시점에서 이례적인 재선 도전 선언이었다. 낯설고, 익숙한 순위표를 받아든 이들 모두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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