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태영씨엔씨 고문_행정학 박사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난 1979년 양국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무역 분쟁에서 시작하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상 충돌, 홍콩 국가보안법, 티베트와 위그루족 인권 문제, 양국 영사관 폐쇄, 미국 내 화웨이•티톡•텐센트 사용 금지 등 전방적으로 확전되고 있다. 군사적 충돌과 외교 단교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최근 미국의 최고정책결정자 두 명의 연설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고 있다. 2018년 10월4일 미국의 펜스 부통령이 보수 성향의 씽크탱크인 하드슨 연구소를 방문해 중국과 관련한 연설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2020년 7월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위치한 닉슨 도서관에서 발표한 '공산주의자 중국과 자유 세계의 미래'라는 연설이다.

이들 연설의 공통점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대중국 포용정책 실패 선언과 패권국가로서의 중국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공개적인 중국 때리기와 함께 미•중 간의 갈등의 심각성과 제2 냉전시대(cold war)의 도래를 의미한다. 미국의 강경 대응책의 배후에는 두 명의 핵심 인물이 있다.

첫 번째는 필스버리로 '백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 Marathon)' 저자다. 1949년 건국한 중국이 2049년 미국을 대체할 수퍼 파워로 성장하기 위해 100년이라는 긴 여정의 마라톤을 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중국에 속았다는 반성의 고백이자, 앞으로는 절대 속지 않겠다는 맹세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틀린 5가지 가설을 갖고 중국에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첫째, 중국을 포용한다면 완벽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중국이 민주주의 길을 걸을 것이다. 셋째, 중국은 무너지기 쉬운 힘이다. 넷째, 중국은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강경파는 영향력이 미약하다.

두 번째 인물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국정책참모인 위마오춘(余茂春)이다. 미국에선 대중 강공책의 설계자로서 국보, 중국에서는 간신으로 불리는 화교다. 그는 미국의 최우선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의 최대 착오는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최근 이러한 미국의 강경 자세에 대해 '중국이 미국에 대해 생각지 못한 4가지와 10대 새로운 인식'이라는 연설이 다시금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8년 7월14일 전 링아펑(Ling Afeng)이라는 이름으로 반 중국정부 성향의 미국 화교매체인 C Readers에 게재되었다. 중국 측의 반성이라고나 할까.

우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원한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는 것. 둘째, 미국의 수법이 이렇게 악독할지 몰랐다는 것. 셋째, 이토록 미국에 얻어맞는데 중국에 동정을 표하거나 지지하는 나라가 없다는 것. 넷째, 중국 때리기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일사분란하게 통일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무엇보다 논란의 중심에는 중국의 국가 주석인 시진핑이 있다. 근래 덩샤오핑의 유언인 도광양회(韜光養晦)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슬로건과 정책을 양산하기 시작하고 있다. 화평굴기, 중화민족의 부흥, 2025 중국제조,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광적인 대국 쇼비니즘 형태를 보이기까지 한다. 자승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그 대척점에 세계 G1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차이나포비아를 등에 업고 반중 광풍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금년 대선도 크게 의식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미국은 지금의 G7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포함한 G11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또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반중 공조 파트너로 한국을 아세안, 인도, 일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는 방위비 부담과 대북정책 노선에서 한미동맹 균열이라는 위기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는 일제 강제징용 판결로 인해 지소미아 파기라는 상황까지 악화되었다. 북한과는 일방적인 유화책을 유지하고 있어 한•미•일 공조에 차질이 빚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과도 신뢰할만한 외교관계라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리스크(risk)이지만, 지혜로운 균형외교를 통한 국익의 확보가 최선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