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확인 필수 고객에 직접 전달
불특정 다수 접촉 '방역 사각지대'
금감원, 수령 불편사항 해결 나서

“생계 때문에 카드를 배송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전파원이 될까봐 두렵네요.”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를 전달하는 배송원들이 방역 사각지대에 놓였다. 카드 배송원은 도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에게 직접 카드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1일 카드 배송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상관없이 카드 배송은 여전히 대면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카드 배송원은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야 하는 탓에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감염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카드 배송원들은 하루하루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배송 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지역에서 카드 배송을 하는 40대 남성 A씨는 “마스크를 쓰고 카드 배송을 하고 있지만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이 될까 걱정이 든다”라며 “코로나가 일상이 됐다고 하는데 배송원들은 아직까지 코로나 전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비대면 카드 배송 방식을 도입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고객들 역시 대면 배송으로 인한 감염에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B씨는 “코로나19로 대면 배송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며 “일반 택배는 집 앞에 두고 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카드는 본인 확인 절차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우편집배원들이 등기 우편물을 배송하다가 수십명의 자가 격리자들과 접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대면 카드 수령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편 사항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대면 배송을 불편해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런 불편 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 일반 우편으로 전환하는 것은 도용 등 우려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