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처럼 아주 단단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공직사회라서 앞으로 시민들과 약속한 시정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 막막합니다.”

민선(民選) 지자체가 출범한 지난 1995년. 큰 포부를 안고 민선 1기 지자체 단체장 직을 수행하던 한 단체장이 5~6개월간 경험한 공직사회에 대해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도내 대도시 지자체의 단체장이 된 그는 그동안 관선(官選) 시대에 맞춰진 공직사회에 대해 한마디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소통하지 않고, 특권만을 누리는 불통의 집단으로 평가 절하했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이 관료집단에 대한 두려움도 큽니다. 공직자들은 시정에 대해 말은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당시 도내 지자체장들이 공직자 출신이었던 것과는 달리 사기업인 금융권 출신이었던 그는 변화의 시대를 맞은 당시 변화하지 않는 공직사회와의 불신과 갈등의 시대를 걸었다.

이후 감사와 인사권, 민원과 언론 등 단체장의 권한과 주변 환경 등 물리적 힘을 이용해 복지부동의 공직사회와 수년간 전쟁을 벌였다. 지역 빅브라더 같은 조직이었던 공직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징계, 감사, 구속 등의 극단적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6번의 민선 자치시대가 지나갔다.

민선 7기가 들어선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지난 7월 민선 7기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로 들어섰다. 광주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이 새로 취임하고, 광주시는 상반기 시정을 돌아보고, 후반기 시정 계획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광주시는 지난 7월16일 관계 공무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7기 시정과제(공약) 추진현황 보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47개 시정과제 중 임기 내내 31개(66%)가 완료될 예정이며, 임기 후 11개(23%)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됐다.

12개의 시정과제는 이미 이행됐으며 남은 과제는 35개이다.

이 중 세계가구박람회 유치, 청소년 재능학교 설립, 광주시립 시민예술단 창단, 친환경 신 교통트램 사업 등 4건의 시장 공약사항이 사업 불가 평가됐다.

선거 때 시민들에게 약속한 이 과제들이 성공되려면 지지체 공직사회와 단체장 간의 갈등보다는 소통과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 불통의 폐해를 초기 민선 시대에서 배웠다. 그러나 민선 7기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에서 불통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민들과의 불통, 시의회와의 불통, 공직사회와의 불통 등 단체장을 중심으로 한 불통의 목소리가 취임 초기와 달리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커지고 있는 민선 7기 반환점에서 '지천태, 상하교이기지동야(地天太, 上下交而其志同也)-상하가 서로 낮추면(소통) 태평성대가 된다'라는 주역(周易)에서 가르치는 소통과 화합의 교훈을 떠올려본다.

 

김창우 경기 동부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