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발생·치명률 평균치↓
발병 초 '과잉' 기조 대책 수립
병원·대학교 등 협력체계 구축
'안심숙소' 만들어 확산 최소화
전국 표준 마련 벤치마킹 쇄도

1월부터 공무원 비상체제 가동
현장 중심 맞춤형 예방책 강구
역학조사관 운영제도 바꾸기도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가 국내에 예고 없이 닥친 지 200일을 훌쩍 넘긴 시점, 전국 상위급 지방정부인 수원시가 '완벽에 가까운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주목된다. 인구가 밀집한 수원지역은 당초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우려를 깨고 줄곧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어디보다도 빠르고, 촘촘한 시의 '재난 매뉴얼' 덕이라는 평가다.

 

#전국 대비 확진자수 3분의 1, 확진율 0.34% '수원이 만든 기적'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6개월쯤 8월6일 기준, 수원시 확진자 수는 112명이었다. 총 진단검사 건수는 3만3277건으로, 297명당 1명꼴로 확진 판정됐다는 의미다.

확진율은 0.34%다. 이 같은 수치는 비교적 수원시가 가진 여건과 달리 긍정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 인구는 '전국 최다', '시(市) 최다', '경기도 최다' 규모이다.

2019년 주민등록인구통계 수원시 전체 인구는 무려 123만5093명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 인구 43명 가운데 1명이 수원시민이고, 제곱킬로미터(㎢) 면적당 1만207명이 거주한다.

인구가 상당하다는 점은 감염병 시국에서 단점이다. 사람을 매개체로 옮겨 다니는 감염병 특성상 대상이 많고, 얽혀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연쇄적인 감염에 취약하다.

실제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이 확진된 지난 1월, 일부 수원시민들은 맘카페 등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 지역은 특히 위험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런 점을 우려, 3월 현장점검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감염병이 제일 좋아하는 환경이다. 우리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진단검사 대비 확진율'이 전국보다 0.57%p 낮고, 평균 확진자 수(109명 중 1명 확진)도 188명이나 적다. '발생률 및 치명률' 또한 각각 18.2%p, 1.2%p 낮다. 경기도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로 수원시가 안정적인 상황을 보인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결론적으로 수원시가 만든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선제적으로 움직였던 부분이 있다. 재난대응 핵심 기조에 '과잉'이라는 단어를 깔아둔 수원시는 전국에서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가장 빠르게 만든 지역 중 하나다.

1월22일부터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으며, 선별진료소·음압병동 마련 등 대응 기반을 다져갔다. 병원·대학교 등 여러 유관기관과 수차례 회의를 열며 '공동협력'에도 나섰다.

특히 '정보공개'에 힘을 쏟았다. 확진자가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 기본적인 내용은 물론 동선까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수원시와 '카카오톡 친구'를 맺은 40만명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이 밖에 감염 확산을 저지할 획기적인 방법도 추진했는데, 현재는 '전국 표준화'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자가격리 체계'다. 수원시는 2월 확진자 가족이나 접촉자 등의 자가격리 시설이 지역마다 없다는 점에 착안, 유스호스텔(숙소동 30객실 1·2층)을 임시생활시설로 조성했다.

인근 지자체들이 이런 시설을 만들 계획도 없을 시기, 시는 인근 주민들과 안전한 운영을 조건으로 협의부터 진행했다. 이후 확진자 가족이나 접촉자 등이 시설을 이용하며 철저한 자가격리로 지역사회의 안전도를 높였다.

해외유입 감염사례가 잇따르던 3월에는 호텔을 이용한 '안심숙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는 입국자 본인이 아닌 그 가족들을 호텔에서 지내도록 하고 비용의 최대 70%를 할인하는 방식이다.

입국자들이 자가격리 시설 입소를 꺼린다는 점에 착안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처럼 획기적인 시의 전략은 경기도 인근 지자체를 비롯해 서울, 부산, 전라북도 등 전국의 벤치마킹 및 도입이 줄지었다. 전국 표준을 마련한 셈이다.

 

#다함께 고민하고 배우고 … '조직의 노력'이 결실

수원시가 감염병에 선제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한 건 끈끈한 '조직력'이 한몫했다.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조무영 제2부시장과 직원들은 1월 여타 지자체보다 먼저 비상체제에 돌입했는데, 여태 '검사시설', '확진자 관리', '예방대책' 등 수많은 절차에서 단 한 차례도 혼선을 빚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감염병 대응체계는 '중앙 집권형'이었다. 중앙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면, 지방정부는 따라갈 뿐이었다. 보통 사안마다 정부의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지역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을 연출해왔다.

이는 줄곧 심각한 부작용으로 연결됐는데, 2018년 '메르스 사태' 당시 많은 시민이 확진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몰라 불안에 떨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원시는 조무영 제2부시장과 직원들이 모호한 정부 지침에 살을 붙이고, 다듬어서 '현장과 현실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왔다. 이들은 또 자체적으로 제작한 재난 관련 매뉴얼을 매일같이 공부했다.

그 결과 의료인력 및 방역자원이 부족할 때 지역 의료계·시민사회와 합심한 '거버넌스'로 해결하고, 공적 마스크가 부족할 때 전국 공장을 돌아다니는 '원정대'를 구성해 확보하는 등 여러 난관을 돌파했다.

특히 기초단체가 '역학조사관'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일구기도 했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발생 초기 원인과 특성을 조사해 유행을 차단하는 역할인데, 광역급만 권한이 있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활발했던 조직의 활동이 조 부시장의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자자하다.

준비부터 실행까지 직원과 함께 움직이는 '현장 공무원'으로 유명한 조 부시장은 지난 4월 광교산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직접 '등짐펌프'를 메고 산에서 진화작업을 하다 인대파열 등 중상을 입은 상태다.

제대로 걷기 어려웠지만, 입원을 마다했다. 지금까지도 절뚝이면서 새벽 5시를 기점으로 지역현장을 돌아다니는 등 행보를 보여 직원들의 감동을 샀다. 코로나19 비상상황이 있던 수백일의 기간 동안 한 번도 어김없이 직원들의 아침·저녁끼니를 직접 사다 챙겨주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해 철저하고, 완벽한 대응을 만들고 있다. 재난마다 매뉴얼 책을 만드는 등 예방까지 나선다”며 “조직 내부를 다지고, 구성원의 동기를 유발하는 리더십도 대응체계에서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무영 제2부시장 인터뷰]

 

'안전 수원' 조성 진두지휘 … “상황별 대응 우수성 입증”

 

“재난 상황은 즉시 결정하고 움직이는 사안이 태반입니다. 재난마다 겪었던 교훈을 잊지 않고 움직인 우리 시는 확실히 다릅니다.”

조무영(사진) 수원시 제2부시장은 11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수원시는 안전과 관련한 사전준비부터 예방, 실행까지 수준이 높은 체계”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장기간 직원들과 대응해온 조 부시장은 지난해 8월 'A아파트 배기덕트 탈착 사고'를 시작으로 최근 집중호우까지 여러 재난상황에 대응해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수원의 안전 시스템이 우수성이 확연했다고 평가했다.

조 부시장은 “보통 기초단체에게 안전 시스템이란 상급단체에 대응 방법을 문의해야 할 정도로 익숙하지 않은 분야인데, 수원은 '어느 상황에 어떻게 움직일지' 체계가 딱 갖춰져 있다”며 “특히 재난에서 발생하는 시민들의 갈등도 협의체를 서둘러 구성해 풀어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시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벌써 준비하고 있다.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문가와 논의하고 있다”며 “만반의 준비와 촘촘한 체계 안에서 감염병으로부터 시민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조 부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방정부에 더욱 많은 권한이 생겨야 한다는 소신이다.

그는 “'이것이 문제다'라고 느껴도 제도적인 한계로 부딪히는 일이 많다.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어야 적절한 대책도 나온다. 정부가 유심히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장을 중요시한다는 조 부시장은 매일 새벽 5시 '동네순찰'겸 출근길에 오른다. 지난 4월 화재진압 도중 중상을 입었음에도 현재까지 절뚝이며 반복하는 일이다. 도시계획위원회 등 회의에서 논의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현장 답사부터 반드시 한다.

그는 “시민들이 뭐가 걱정이고, 뭐가 불편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는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 일찍 출근하는 건 당연하고, 일부러 여러 곳을 둘러보려고 걸어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사안에 관해 결정을 받아야 하는 직원과 리더끼리, 시민과 공무원끼리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전뿐만 아니라 개발 현안 등에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군공항 이전, 서수원권 개발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데 우리 시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많다. 정부가 하나의 지역 일이 아니고 경기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취임 1년째를 맞은 조 부시장은 한 가지 바람이 있었다.

“조무영은 적어도 바람직한 공무원이었다고 향후 시민과 직원들에게 평가받고 싶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편 지난 1993년 공직 사회에 입문한 조 부시장은 특유의 노력파 성격 탓에 '국토교통부 대중교통 분야 직원 중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꿰뚫고 있는 유일한 직원'이라는 등 여러 미담이 뒤따랐다. 부산지방항공청장 등을 역임했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