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7·10대책 등 잇단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강보합·관망세
다주택자·법인 내놓은 매물 조금씩 보여
30대 '패닉바잉'서 청약 전환도…전월세 불안 계속

 

▲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부동산 수요를 억누른 데 이어 13만2천가구 공급 계획이 담긴 8·4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의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다만, 기존 대책들과 맞물려 서울 외곽에서 다주택자·법인의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고,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섰던 30대 일부가 청약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있어 주택 매매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월세 시장은 임대차 3법 통과 이후에도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전세의 월세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작년 말부터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세가 쉽게 잡히지 않아 부동산 업계에서도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던 3월 말∼5월 말 이후 8월 첫째 주까지 9주 연속 상승했다.

6·17대책과 7·10대책 발표 직후에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상승폭도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기존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이 마무리되고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장마철 영향까지 겹치며 매수세가 다소 잦아든 분위기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구 압구정동의 H공인 대표는 "거래가 많지 않지만, 매수 문의가 꾸준한 편이고 거래도 꾸준히 되는 편이다. 정부 대책에도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R공인 대표는 "정부 대책 발표 후에도 매수세가 붙으며 가격이 내려가지 않다가 장마 때문인지 요즘 매수 문의는 좀 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동구 길동 S공인 대표도 "7·10대책 이후에도 5천만원 이상 오른 신고가에 아파트 매매가 이뤄진 뒤 시세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요즘 매수세는 좀 약해졌다"고 했다.

중저가·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강북구 미아동 E 공인 대표는 "매물은 안 나오는데,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우리도 이해를 못 하겠다. 이 정도 규제가 나왔으면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서고 떨어질 기미가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희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봉구 창동 D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없고 가격은 강보합세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매수자나 매도자나 모두 관망하는 상황이어서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월계동 D 공인 대표도 "매매는 물건이 많지 않은데도 가격은 떨어지지도 않는다. 지금은 관망세가 짙고, 아직 혼란한 상황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분위기가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아파트를 내놓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정부는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도 최고 6.0%로 높였다. 다주택 보유 법인은 일괄적으로 6.0%를 매긴다.

강남구 압구정동 H공인 대표는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많이 매긴다고 하니 서울 외곽의 아파트 2∼3채를 정리하고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갖겠다는 분이 있다"며 "이런 분들이 있으면 서울 외곽에 매물이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주택자·법인이 서울 외곽 주택을 처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J 공인 관계자는 "최근 법인이 파는 물건이 우리 부동산에도 1∼2건 들어왔다. 법인은 보통 여러 부동산에 매물을 나눠 내놓는데, 다른 부동산에도 더 많은 물건이 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H 공인 대표도 "7월 대책 발표 직후 법인이 내놓은 물건이 있었는데, 당시 시세에 맞춰 내놔 매매됐다"고 말했다.

마포구 H 공인 관계자는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보유한 고객이 세금 문제로 마포 아파트 처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법인 매물이 매매시장에 풀리면 정부 의도대로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 규제지역의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으로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1일) 전인 내년 상반기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8·4 공급대책에서 서울 인기 지역에 공급이 예고되면서 집값 급등으로 '패닉 바잉'에 나섰던 30대 일부가 청약으로 돌아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30대 신혼부부는 최근 주택 매매를 알아보다가 청약을 노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들 부부는 "올해 들어 집값이 너무 뛰어 작년에 신혼집을 전세로 구한 것을 엄청 후회했다. 그래서 6월부터 급하게 집을 보러 다녔는데, 집값이 일주일 사이에 또 수천만원씩 오르더라. 정부가 과천과 강남에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하니 아이를 낳고 청약 가점을 쌓아 도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 전세 품귀 속 월세 전환 가속화…"8·4대책 물량 3년 뒤에야 나와 영향 적어"

8·4 공급대책 이후에도 전월세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임대차 3법 통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전격 도입되면서 전세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계약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집주인들이 서둘러 보증금을 올린 영향이다.

정부가 8·4대책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13만2천가구 추가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민간의 참여가 없이는 충분한 공급을 담보할 수 없고, 이마저도 3년 이후에야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송파구 신천동 W 공인 관계자는 "이쪽 전세는 꾸준히 가격이 올라 고점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은 아예 전세 물건이 없다. 8·4대책이 나왔지만, 집 짓는 데 시간이 걸리니 그때 가봐야 할 것 같고, 서초·강남 쪽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S 공인 대표도 "전세는 품귀"라며 "연초와 비교하면 1억∼1억5천만원이 올랐는데도 다 나가고 남은 물건도 많지 않다. 일단 기존 세입자가 특별한 이유 없으면 4년 동안 거주하려 하니 매물이 더 없어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강동구 S 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오른 만큼 월세도 따라 오르고 있고, 전세로 내놨던 물건을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보증금 6억원에 내놨던 전세가 7억원까지 오르자 이 물건을 보증금 4억원에 월세 80만원으로 돌려달라는 집주인이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H 공인 대표도 "보유세 등 세금 부담으로 현금을 확보하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 한다. 세입자가 나가는 경우 원래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8·4대책 발표로 주택 구매에서 청약으로 돌아선 무주택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남으면서 전월세 가격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