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산사태 복구작업 더뎌
약한 지반에 추가사고 공포
죽산고 앞 하천은 범람 불안

여주 청미천 차올라 주민 대피
이천 농경지 침수·제방 무너져
광주 천둥번개 맞은 공장 화재

 

▲ 집중호우로 3일 평택시 청북읍 한 공장에 토사가 덮쳐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이 사고 현장을 통제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안 그래도 치워야 할 토사가 산더미인데 계속 쏟아지는 폭우로 막막하네요.”

안성지역에 사흘간 쏟아진 장대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와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미 400㎜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져 긴급히 복구해야 할 피해가 산적하지만, 계속되는 폭우로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안성시 전역에 피해가 속출하면서 인력부족으로 도움의 손길조차 받지 못하는 시민도 생겨나고 있다.

3일 오전 8시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 한 마을 앞. 산사태로 떠밀려온 흙더미를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굴삭기가 쉴새 없이 흙을 퍼 15t 크기의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곳으로 1일부터 이날까지 내린 비의 양만 372㎜에 달한다.

“오늘 아침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흙 400t 치웠는데 이는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야.” 복구 작업 중인 김모(58)씨가 대뜸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르쳤다. 4m 높이로 수북이 쌓인 흙 위에 거목과 바위, 전봇대가 뒤섞여 널브러져 있다. 며칠 전까지 도로가 있던 장소다.

그는 “오늘도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서둘러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앞서 비가 쏟아졌던 1일, 2일과 다르게 하늘은 잠잠했다.

이 마을에서 남쪽으로 100m 떨어진 동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2일 새벽 6시30분쯤 뒷산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순식간에 5가구와 도로를 덮치면서 엉망이 됐다. 모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동네 입구에서 50m가량 걸어 올라가자 굴삭기 2대가 흙에서 나무를 골라내 한 곳에 쌓아 놓고 있었다. 족히 100~200그루는 넘어 보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굴삭기에 있던 인부가 작업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는 “산사태가 난 지역이어서 이미 지반이 약한데 또 발생할까 두렵다”고 했다. 10분쯤 흘렀을까. 산줄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마을 곳곳으로 쏟아져 내렸다.

주민 김모(61)씨은 “무너진 집을 확인하러 왔는데 위험해서 보지도 못하겠다”며 다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오전 11시30분쯤 또 다른 피해 현장인 죽산면의 죽산고등학교 인근에서 인부 2명이 방재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었다. 1.5m 높이로 쌓인 하천 둑을 가득 메워 흐르는 흙탕물이 넘치지 않도록 분주히 움직였다. 죽산고교 입구 앞 도로를 잇는 '하천교'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인부 임모(42)씨는 “하천교 아래 나무가 쌓여있어 물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범람할 수 있어 위험하더라도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훈·최인규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 3일 전날 많은 비로 침수 피해를 입은 용인시 백암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부녀회원들이 쓰레기로 변한 생활용품를 쌓아 놓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3일 전날 많은 비로 침수 피해를 입은 용인시 백암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부녀회원들이 쓰레기로 변한 생활용품를 쌓아 놓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이천·여주·광주지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는 물론, 낙뢰로 인한 화재 등 피해가 잇따랐다. 피해 상황을 목격했거나 대피한 주민들은 불안에 시달렸다.

여주시를 통과하는 청미천 일대는 계속된 집중호우로 3일 '홍수경보' 단계를 유지했다. 청미천 원부교 수위는 전날 '위험단계(7.6m)' 기준인 7.4m까지 높아졌었다.

다행히 이날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수위가 2m대까지 내려갔지만, 간헐적인 폭우 때문에 재차 4m에 가까이 올라가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을 거듭하고 있다.

인근 주민 33명은 수해 피해 대피소가 마련된 점동고등학교로 대피하고, 주민 100여명은 마을회관과 고지대 거주 주민 집에서 불편한 하루를 지냈다.

점동고 대피소에서 만난 황선동 원부리 이장은 “이렇게 많이 내린 비는 중학교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며 “물이 차오르는데 순식간이다. 무서웠다”고 말했다.

주민 33명은 집중호우 소강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버스를 타고 귀가했지만, 지역 곳곳에서 물에 잠긴 농경지·농가, 끊어진 도로 등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하다.

시는 부구리 금곡천 역류 현장, 현암~가산간 도로확포장공사 2공구 임시가도 유실 현장 등에서 긴급복구 작업을 분주하게 벌였다.

이천시 청미교 인근도 피해가 마찬가지다. 다리 밑에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나뭇가지와 스티로폼 등이 어지럽게 걸려있고, 자전거도로는 물에 잠겼다.

한 주민은 “청미교가 물로 꽉 들어차 걱정이 많았는데 어젯밤에 비가 안 온 게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천지역에서도 특히 장호원읍과 율면이 피해가 컸다

농경지에는 아직 배수되지 못한 빗물로 인해 침수가 발생했으며, 제방 붕괴로 비닐하우스와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덕평리에는 주택침수까지 발생하면서 시가 마을주민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광주시에서는 천둥·번개가 몰아칠 때 불까지 나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이날 새벽 5시38분쯤 낙뢰를 맞은 양벌리 한 토너카트리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동산 1230만9000원 등 재산피해를 내고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피해 걱정 탓에 잠을 설쳤다.

주민 강덕희(31)씨는 “불이 너무 커서 사는 주택까지 열기가 와 닿았을 정도”라며 “여기까지 낙뢰 피해가 올까 걱정돼 잠을 못 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여주=홍성용 기자 syh224@incheonilbo.com



관련기사
경기 사흘째 폭우…사상·실종 11명 경기도를 중심으로 사흘째 내린 폭우로 현재까지 7명이 숨지고 4명이 매몰되거나 실종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3일 오후 6시 현재)▶관련기사 3·6면3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9분쯤 평택 청북읍 한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 공장 건물에 뒤편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들이닥쳤다.미처 피하지 못한 4명이 토사에 갇혔으며, 소방당국은 1시간여 만에 이들을 구조했다. 그러나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3명은 숨졌고, 나머지 1명은 의식은 있으나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포천 관인면 소재 중리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