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감주 나무 /사진=국립생물자원관

 

한차례 장맛비가 쏟아지고 나면 도로와 공원에 노란색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가 개이면 푸른 하늘 아래 내리 쬐는 강렬한 태양빛에 반항하듯 거침없이 하늘을 향한 노란색 꽃 차례들이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어떤 가지에서는 벌써 꽈리 같은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바로 인천 해안가, 공원 등에서 볼 수 있는 모감주나무이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식물들도 꽃 피우는 것을 자제한다. 이때 대부분 자귀나무, 배롱나무 등이 분홍빛 꽃을 자랑하지만 멀리서도 황금색으로 빛나는 모감주나무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의 식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분포한다. 대부분 자생지가 해안가 부근이며, 주로 바닷가 바위틈처럼 척박하고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우리나라는 백령도, 덕적도, 안면도 등 서해안 뿐만이 아니라 거제도, 영일만 부근 해안까지도 살고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때문에 바닷가에서 모감주나무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풍선 모양인 열매의 바깥쪽 부분은 배 모양이 되고 가운데 씨앗이 사공처럼 올라탄 형상이다. 웬만큼 파도가 쳐도 씨앗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모감주나무는 해류를 타고 종자를 퍼트리는 식물로 인식되어 왔다.

꽃 피는 기간이 길고 노란색 꽃들이 촘촘하게 달려 있어 무감주나무는 한여름 곤충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밀원 식물이 되어 준다. 노란색 꽃잎은 네 개가 모여 있다가 뒤로 젖혀지며 안쪽은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들 색깔의 조합이 화려하다. 덕분에 요즘은 우리 주변의 공원과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다.

서양에서는 황금비 내리는 나무(Golden rain tree)라 하며 인기가 많은 나무인데, 노란색 꽃이 한창일 때 나무 밑을 지나가면 황금빛 비가 내리는 것 같이 꽃들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드는 모습과 풍선 같은 열매를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다.

꽃이 진 가지에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꽈리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세모꼴의 작은 초록색 열매들은 가을이 되면서 풍선처럼 커지고 황갈색으로 변한다. 다 익으면 얇은 종이 같은 껍질이 갈라지는데 그 안에는 2-3개의 작고 단단한 구슬 같은 열매가 들어있다.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콩알 크기의 열매로 오래전부터 염주를 만들었다고도 하고, 어린이들의 구슬치기 소재로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 앞 정원에는 기념식수로 대한민국에서 가져간 모감주나무가 심어졌다.

모감주나무 꽃은 황금색이며 나무 말은 번영을 뜻하기 때문에 기념식수로 선택되었다고 한다. 힘들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천천히 꿋꿋하게 자라면서도 화려한 꽃을 가득 피우는 모감주나무처럼 그렇게 남북관계도 다시금 호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찬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