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는 30대 여성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저도 결혼으로 골인하고 싶어요. 그런데 왜 저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를 하지 못할까요, 잘 안돼요! 저는 남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데 오래 가지 못하고 헤어지다가 다시 만나다가 다시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다가 결국은 헤어지게 되지요!”

해바라기는 남들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부족함이 없는 척하지만 내면에는 결핍된 애정욕구를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강했다. 결혼할 남자는 최소한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수려한 외모와 사회성도 좋고 대인관계도 잘하고 예술도 아는 남자여야 한다는 기대감은 높았다. 얼마 전에도 만난 남자가 좋아졌다가 어떻게 미술관에서 인상주의 화가인 마네, 모네 등의 미술가 이름도 모르냐며 아주 실망이 컸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을 탄 사람 이름도 모르냐면서 아주 작은 부분에 크게 실망하고 자신의 예술지식을 몰라주는 남자 친구가 멀어졌다.

해바라기는 말을 안해도 자신의 욕구를 잘 알아서 해주지 못하는 눈치 없는 남자는 제로라면서 열변을 토하였다. 남자친구가 자신을 위해서 특별 이벤트를 준비해야하고 자기 말에는 순응적으로 받아주어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바라기는 관계에서 상대가 나와 다르고 여러 가지 특성이나 취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필요나 공감을 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여성이었다. 처음 만나서도 호감이 있을 때는 상대를 이상화해서 너무 좋아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나도 무엇이든지 좋아요 하면서 열정적으로 지나치게 다가간다.

그러면서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미숙해서 서로의 필요가 있을 때만 잠시 만나서 식사 하고 미술관이나 영화관은 함께 간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면 그런 것은 유치하고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필요한 욕구나 돌봄을 자상하게 배려받고 자란 아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나 공감도 나오지만 해바라기처럼 스스로를 돌봐야 하고 모든 것을 결정할 자격이 있다는 권위를 스스로 가져야하기 때문에 왜 안되지? 라는 생각으로 패배라는 경험에는 수용하기가 어렵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자신을 좀 부당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면 적대자로 만들어서 여기저기 험담을 하며 공격적으로 분풀이를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이런 공격성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지적이나 수치심을 당하면 실패로 여기고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해서 더 큰 공격성으로 주변사람을 더 수치스럽게 만들려고 한다.

자신이 정서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외로운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자신은 스스로 모든 감정이나 힘든 것도 혼자 삼켜야만 했다. 혼자서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알지만 모르는 척, 싫지만 좋은 척 하면서 생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자신의 욕구나 원함도 표현하는 것이 미성숙한 상태였다. 해바라기는 자신의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지속성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긍정적인 자기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내심도 긍정적인 관계 경험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김혜숙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