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민원 … 포획작전 실패
최근 목욕·논밭 훼손흔적 발견
수확 앞두고 작물 피해 가능성
▲ 30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농가에서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멧돼지들이 농가를 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9일 한 더덕밭에서 발견된 멧돼지 발자국의 모습. /사진제공=옹진군

 

“농작물 수확 시기인 가을철이 되기 전까지 하루빨리 멧돼지가 잡혀서 농작물 피해가 없어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63)씨는 최근 논에서 야생 멧돼지가 목욕하고, 밭을 파헤친 흔적을 발견했다. 최근 몇 년간 연평도에는 야생 멧돼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멧돼지들은 북한에서 헤엄쳐서 넘어온 것이라고 그는 추정하고 있다.

최씨는 “지금까지 농가들이 크게 손해 입은 것은 없지만 혹시라도 멧돼지 때문에 애써 키운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최씨처럼 연평도 농민들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야생 멧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년 전에도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멧돼지로 인해 고구마, 벼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30일 옹진군에 따르면 연평도에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됐다는 민원이 접수된 시점은 지난 5월이다. 이후 군은 사냥개와 포수 등을 배치해 지난달까지 두 차례 포획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상황이 이렇자 수확 철을 앞둔 주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2개월 전 연평도에서 발견된 멧돼지가 산에 숨어 있다가 농작물을 습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년 전에는 멧돼지를 발견 후 바로 포획했지만 이번에는 포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평도에서 과수농가를 운영하는 변모(61)씨는 “1년 동안 공들여서 키운 작물들이 멧돼지로 인해 한순간 물거품이 될 것 같아 걱정된다”며 “농가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밤길 나설 때 무섭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멧돼지를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여름이라 수풀이 우거지고 비가 오면서 멧돼지 흔적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가을철 수확 시기에 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멧돼지를 반드시 포획하겠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