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부터 군공항 소음으로 피해를 겪는 주민에게 정부가 매달 배상하는 법안이 시행된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더는 국민에게 피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가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법)'을 제정했기에 가능해졌다. 군 소음법은 2004년 처음 국회에 상정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면서 수십 년 동안 밤낮없이 전투기 굉음을 듣고 살아온 지역 주민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게 됐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수원시와 화성시 주민이 국방부에 소송을 낸 것은 모두 121건이다. 원고만 45만9317명에 달한다. 승소한 인원도 무려 9만7243명이다. 이로 인해 1478억여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이뤄졌다.

수원과 화성을 포함한 전국 군공항의 소음 소송으로 쌓인 배상금이 1조원을 넘긴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전투기 소음에 노출된 수원·화성 인구는 25만3044명에 달한다. 이들을 포함해 주민 약 33만명에게 매년 884억의 예산으로 보상한다는 게 법안의 큰 틀이다.

그런데 군소음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보상적용 범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즉 국방부가 마련한 지원기준(대도시)인 85웨클(WECPNL·항공소음단위)을 민간 항공기 소음 보상인 75웨클로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소음기준 완화주장에는 동의한다. 10웨클을 완화할 경우 보상대상은 128만명, 예산은 3379억원으로 4배 가까이 껑충 뛰게 된다. 당장 국가 재정으로 오롯이 부담하기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원군공항이 들어서면서 많은 주민이 60년 동안 각종 피해를 감수해왔다.

이번 군소음법 시행은 완성이 아닌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시행 이후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소음기준 완화 목소리가 나오면서, 도심 속 주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군공항을 다른 장소에 온전히 재설계하는 '군공항 이전 사업'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소음피해 배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군공항 이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방부는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 지정' 3년6개월이 되도록 직무를 유기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