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인천을 바라보다' 행사
선상서 보호 토론 이어 해안 관찰
▲ 22일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유람선에서 열린 '인천 하천 현안점검 선상 토론회' 참석자들이 배곧대교 건설 예정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바다에서 인천을 바라보다.' 바다와 인천,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인천인에게 바다는 멀기만 하고 까마득하다.

육지와 바다 경계는 철조망이 가로막아 접근조차 못 한다. 국가는 인천서 바다를 빼앗았고, 인천 행정당국은 시민에게 바다를 돌려주는데 더디기만 하다. 그래서 시민이 일어났다. 바다를 알고, 인간에 파괴된 내륙의 각종 물줄기의 상태를 알고자 배를 띄웠다.

인천 앞바다에서 내륙을 관조하는 기회, 흔치 않은 만큼 80t의 글로리아호에 몸을 실은 참석자들의 눈은 빛났고, 귀는 쫑긋했다. 22일 오전 8시40분. 연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지만 새벽부터 퍼붓기 시작한 장대비로 배가 뜰 수 있을까 걱정됐다.

40여명의 시민이 악천후에도 연안부두 해양광장에 모였다.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과 인천환경지원센터가 주최한 인천 하천 현안점검 산상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바다에서 인천을 바라보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선상 토론회에 이어 바다에서 인천 육지의 남쪽 부문을 훑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최혜자 인천 물과미래 대표는 “바다와 하천은 같은 물이지만 사람은 물론 행정도 분절된 상태”라며 “이날 토론회는 인천의 하천이 바다로 흘러가는 진정한 모습을 보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 인천은 승기천 등 30개의 지방하천과 굴포천 등 2개의 국가하천이 있지만, 항상 물 부족에 시달린다. 상수원이 없기에 한강에서 물을 끌어다 쓴다. 깨끗한 한강을 위해 한해 약 540억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지만 한강은 여전히 더럽다.

지영일 인천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과 배곧대교 등으로 인한 인천의 람사르습지 등 갯벌 파괴는 막아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토론에도 빗방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바다에서 바라본 인천 역시 희뿌옇다. 그래도 마천루 송도국제도시는 바다에 견줘도 우렁차 보였다. 인천신항의 굳센 팔뚝 같은 골리앗 크레인은 끊임없이 컨테이너를 배에서 옮겼다.

하지만 바로 옆 송도 11공구는 위태롭다. 육지 물길은커녕, 아름답던 갯벌은 흔적을 찾기 힘들다. 생명의 땅 갯벌이 매립지로 바뀌고 있었다. 송도 물줄기는 맥조차 찾을 길 없다. 습지보호구역은 풍전등화다. 턱밑까지 콘크리트가 덮쳤다. 인간의 개발 욕구는 수십만 년 자연이 만든 습지를 파괴했다.

그 자리에 인천LNG생산기지가 있고, 통수로 겨우 시화호가 살아났다. 바다에서 인천을 바라보는 일은 개발의 속도에 경의를 표하게 하지만, 그만큼 하천과 바다의 파괴 모습에 씁쓸하다. 한 참석자의 외침은 처절하다. “인천은 하천도 많고, 바다에 접했는데 왜 물이 부족하죠. 그 많던 물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