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일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7만명을 넘고 있으니 대규모 선거유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언과 기괴한 행동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막상막하를 이루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자이다. 바이든은 혹시 치매가 아니냐고 의심을 살 정도로 불안한 언어구사력을 보이고 있는데 비대면 온라인 선거운동 덕에 대중적 노출이 줄어들자 오히려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미국은 야당부터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령후보를 지명한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8월17일부터 전당대회를 먼저 여는데 대의원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원격방식을 선보인다고 한다.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져서 열세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후보로 지명되는 전당대회는 그래도 대규모로 치러질 듯했다. 그러나 공화당 전당대회는 8월24일부터 열리는데 대의원 2500여명만 참석하기로 결정되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폭증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유세가 매개가 되었다는 의심을 사고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마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이라도 꺾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후보지명식을 성대하게 치르도록 바꿀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20년 미국 대선은 매우 혼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결과를 불인정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공산이 있다. 드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로전이 거센 건 이미 오래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책을 썼고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비화를 폭로하는 책을 소송 끝에 판매하고 있다. 심리학 박사이자 조카인 메리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이코패스이고 대학을 대리시험으로 치르고 입학한 적이 있다고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팩트체크팀을 가동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3년6개월, 즉 1267일 동안 무려 2만55회나 거짓이나 사실을 오도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16번 정도 거짓말이나 사실을 오도했다는 말이고 깨어 있는 동안 한 시간에 한 번꼴로 그랬다는 계산이다. 취임 뒤 첫 100일간은 그래도 하루 평균 5건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빈도가 잦아졌다는 보도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거짓이나 사실을 오도하는 발언이 증가할 것이다.

이보다 더 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가 실형을 살기도 전에 사면을 단행한 선거기술자 로저 스톤의 복귀이다. 스톤은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하여 러시아와 공모한 핵심인물로서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는 미 의회에서 위증하고 다른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강요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바 있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을 사면한 대통령 가운데 최악이라고 비판을 받지만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이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을 짓밟고 있으며 미국의 실업률은 높아지고 경제 침체가 깊어지는 중이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강경한 대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흑인의 생명이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이 퍼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하기 어려운 조건이고 공화당이 승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기에 스톤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서라면 4년 전 러시아와 연계했던 일보다도 더한 일이라도 할 기세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다면 조지 하버트 워커 부시(43대) 이후 처음으로 단임에 그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2000년대에 처음이라는 기록이다. 최근의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에 비하여 약 15% 포인트 지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전국이 아니라 주마다 집계결과를 계산해서 결정되는데 여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불리하다. 4년 전 트럼프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들어주었던 러스트 벨트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는 물론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리조나에서 여론이 바이든 쪽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캠프는 선거운동 인력을 공화당 역대 최대이고 바이든의 두 배인 1500명 수준으로 늘렸다. 선거의 판세를 뒤집으려는 노력이다. 2020년 미 대통령선거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