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세계에 선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공작을 펼치고 있다. 가디언지(The Guardian)의 웹사이트에 소개된 6월25일자 사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과 호주 등 서구권 국가의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하는 개발도상국 국가들의 기자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이들이 중국 곳곳을 여행하는 비용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방문지가 중국 당국에 의해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자유로운 여행은 아니지만, 이러한 '무료 여행'의 효과는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외국 기자들은 중국이 세계에 보여 주기를 원하는 장소나 모습들을 관찰한 뒤, 대체로 현지 상황에 대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본국에서 생산한 뉴스는 대체로 중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것이었다.

사실 중국공산당의 이러한 공작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국 서북부 오지의 농촌 근거지에서 일본 제국주의 세력과 장제스의 국민정부를 동시에 상대하며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불리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공산당은 두 가지 방면으로 공작을 펼쳤다. 한편으로는 도시의 지식인과 청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공산당의 희생적 항일투쟁과 혁명 근거지 내부의 민주적 분위기를 선전함으로써, 국민정부의 소극적 항일과 일당독재에 실망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종의 외교 공작의 일환으로써, 역시 국민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실망한 미국 정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전공작을 전개했다. 마오쩌둥은 미국 정보부대를 옌안(延安)의 혁명 근거지로 초대해 근거지 내부의 상황을 세계에 공개했고, 이때 옌안을 방문한 미국 요원의 상당수는 중국공산당의 항일투쟁과 '민주적 분위기'에 대해서 대부분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이들의 일부는 장차 중국공산당이 중국 대륙을 석권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현지에서 본 것은 모두 중국공산당의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연출된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공산당의 이러한 이미지 공작은 실패보다는 성공에 가까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항일전쟁 시기에 중국 도시의 지식인과 청년 학생들은 중국공산당과 함께 항일투쟁에 나서기 위해 도시를 버리고 옌안으로 떠났다. 미국 정부는 중국공산당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그들의 항일투쟁을 지원하기도 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중국에서 중국공산당을 포함하는 연합정부를 수립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외부 세계에 비친 중국공산당 혁명 근거지의 모습은 실제보다 다소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었다. 물론, 반공세력에 의해서 유통된 정보는 훨씬 더 암울한 것이었지만.

그런데 오늘날의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인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기자들이 중국에 우호적인 뉴스들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국에 대한 외부 세계의 이미지가 썩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중국공산당이 투입하고 있는 노력과 자금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투자 실패'의 핵심 원인은 아무래도 과거와 달리 현재는 중국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공산당 통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된 환경에서는 중국공산당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외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과 같이 국제화된 정보화 사회에서는 그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외부 세계에 대해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공산당이 실제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국가 운영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홍콩국가보안법 통과,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족 강제수용소 운영, 국내 '애국주의' 교육과 사상 통제 강화 등 최근 중국 정부의 국가 운영 방식은 중국의 대외 이미지가 결코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 준다.

 

이원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