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장례가 치러지는 백선엽 장군의 장지를 놓고 흔치 않은 논란이 일었다. 국가보훈처는 백 장군 장지를 대전현충원 내 장군2묘역으로 결정했는데, 서울현충원은 1996년에 이미 장군묘역이 포화 상태지만 대전현충원에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을 고려했다.

하지만 6_25전쟁 영웅인 백 장군을 6_25 전사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현충원이 먼저 만들어진 현충원이라는 요인도 작용된 듯하다. 군 원로들 사이에서는 서울현충원 내 국가원수 묘역이 꽉 찼음에도 산을 깎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안장한 사례를 거론하며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떠 대전현충원을 폄하하는 듯한 표현을 했다. 그는 백 장군 빈소에서 만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왜 동작동(서울현충원)으로 모시지 못하느냐”고 항의하고, 방명록에 “구국의 전쟁 영웅! 죄송합니다 잘 모시지 못해서!”라고 적었다. 페이스북에서는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백 장군 유족 측이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유족은 “서울이나 대전이나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다. 고인을 대전현충원에 모시기로 한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도 병석에 눕기 전에 대전현충원으로 결심하셨다. 그런 문제(장지)에 왈가왈부하실 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장지 문제가 소모적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점잖게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과 사회단체에서는 현충원 안장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제가 독립군 토벌대로 운영한 간도특설대에서 백 장군이 복무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백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일본 야스쿠니신사”라고 강조했다. 김홍걸 등 민주당 의원 10명은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행위자의 시신을 이장하도록 하는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법이 통과되면 백 장군도 이장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조선 태종(이방원)은 자신이 미워했던 신덕왕후(태조의 계비)의 묘를 정릉으로 옮긴 뒤 일반 무덤처럼 만들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정릉의 석조물들을 홍수로 유실된 광통교를 다시 세우는 데 사용해 사관으로부터 '소인배'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장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풍습도 아직 남아 있다. 정치인들이 묫자리에 대한 집착을 정책 발굴에 대한 노력으로 바꿨으면 한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