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이태호] 일러스트

뇌에 철분이 쌓이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안나 다물리나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100명과 건강한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초고해상도 MRI로 뇌세포의 철분 축적을 정밀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합뉴스가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 1일자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치매 환자 그룹이 대조군보다 뇌세포의 철분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 중 56명에 대해 17개월 후 다시 뇌 MRI와 함께 치매 진행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뇌세포의 철분 축적이 증가할수록 표준 지능 테스트 성적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들의 뇌세포에 철분이 쌓이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이에 대해 호주 멜버른 치매 연구 센터의 애슐리 부시 박사는 치매 환자의 유전적 위험요인이 뇌의 철분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뇌세포의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동시에 뇌세포의 철분 축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박사는 체내에서 과잉 철분을 제거하는 경구 약물인 데페리프론(deperiprone)이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뇌의 철분 축적이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의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등 2가지 변형 단백질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학회 연구실장 키스 파고 박사는 뇌세포의 철분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에 일부분 연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인지기능 저하가 철분 축적을 가져오는지 아니면 철분 축적이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철분은 전체적인 건강에 필요한 중요한 영양소인 만큼 이 연구 결과만 가지고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북미 영상의학회(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학술지 '영상의학'(Radiology) 최신호(6월 30일 자)에 실렸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