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 너무 절망적이고 그리고 힘을 실어 줄 주변 사람들마저 없는 상황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 순간에 일도 잘 풀리지 않고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에는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고등학교 때로 돌아갑니다. 그 당시 저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열정 넘치고 꿈 많던 소년이었습니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으며 각종 촬영활동도 많이 하고 각종 대회에서 수상도 하며 남들이 어려워하는 4년제 수도권 대학 입학도 문제없다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참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던 저에게는 조금의 문제가 있었는데 제대로 안 자고 안 먹는 상태로 6개월 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감기 한번 걸리지 않던 건강한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혈액암 판정을 받게 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상 염색체가 발견되어 예후마저 좋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있던 고등학교의 낭만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제 삶은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몇 달 동안 지속된 각종 항암제, 항생제 투여와 온갖 정신적인 압박과 두려움,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저는 어떻게든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퇴원을 하게 된다면 나는 새 삶을 살 것이고 원하는 대학도 가게 되어 다시 나의 꿈을 펼치리라 생각했습니다. 여러 번의 지독한 항암치료의 반복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몸에 남아 있는 모든 암세포를 박멸하는 항암 치료를 받고 공여자에게 조혈모세포 이식(필라델피아 염색체 때문에 조혈모세포이식을 꼭 받아야만 했음)을 받으며 마침내 지겹던 병원에서 탈출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꿈에 부풀었던 저의 삶과는 달리 퇴원을 하고 집에 와서 지냈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살면서 가장 절망이고 끔찍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여자에게 받은 조혈모세포가 내 몸과 반응해 싸우게 되면서 생기는 이식편 대 숙주반응이 갑자기 찾아왔고 저의 피부들은 순식간에 뱀의 허물처럼 벗겨져 내려갔습니다. 손톱도 벗겨지고, 발톱도 벗겨지고, 얼굴과 온몸에 피부가 벗겨져 나갔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니 그곳에는 화상을 입은 듯 얼굴 곳곳에 흉터가 생긴 너무나 낯선 제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얻게 된 새 삶인데. 희망이 채워졌던 마음 한편에는 절망이 자리를 잡았고 갑자기 세상이 무서워졌습니다.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뒤로 갈 곳은 없었고 세상에 정면승부를 했습니다. 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자존감이 높아지고 더 당당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 그러려면 뻔뻔하게 누구와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친해져야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스스로 힘들었고 인간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들로 인해 대인기피증, 우울증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더 격렬하게 세상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과거에 가려 보이지 않던 제 꿈과 미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새롭게 얻는 삶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었던 남다른 삶의 스토리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되길 바라며 매일 꿈을 쓰고 노래하는 '꿈 쓰는 피터펜(Pen)'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작가, 동기부여 강연가로서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여러분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언제든 좌절하고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견디고 버텨내다 보면 언젠가 그 기억들이 당신을 응원해 줄 것입니다. 당신의 삶이 힘들 때, 혹은 절망적일 때, 당장은 앞으로 갈 힘이 없다고 삶을 포기하지 마세요. 지금 이겨내는 힘이 언젠가 당신의 가치를 찾게 해주고 당신의 삶을 빛나게 해줄 테니까요.

 

 

권혁탁 꿈쓰는회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