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들의 상황이 힘든 것 같다. 코로나19로 우리 대학들은 온라인강의나 학교운영의 모든 측면에서 미증유의 문제를 맞아 대비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인천 송도에는 한국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 유타, 겐트, FIT 등 5개 외국대학들이 입주해 있다. 지난 2월 한국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을 때,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전용기를 띄워 해외에 있는 뉴욕주립대 학생과 교직원들을 불러들였다.

'언택트(Untact)' 또는 '언컨택트(Uncontact)'란 비대면, 비접촉, 즉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가속화하면서 경제, 사회 뿐 아니라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에까지 큰 충격파를 미치고 있다. 필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기업유치업무를 총괄하고 있어서 국내외 대학들을 접촉하는 일이 잦은 편인데, 언택트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우리 대학들이 어떻게 생존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융합적인 인재 양성이 강조되는 요즘, 현재의 온라인수업은 언택트 시대에 하나의 교육방식일 뿐, 교육의 본질적 영역까지 포괄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앞으로 대학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글로벌 연결과 융합, 그리고 이를 통한 '소셜 임팩트' 라고 생각한다.

각국이 해외의 명문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미국 듀크대에 3억1000만불, MIT에 1억 달러 등 파격적인 현금을 제공했고, 영리 법인과 과실 송금도 과감히 허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토지·건물·기자재를 50년간 무상 임대해 주고 50년간 각종 조세 면제, 과실 송금 허용 등 해외 대학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패키지를 내놓았다. 두바이에 있는 Knowledge Village를 가보면, 미국 미시간대학교,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 등 전세계 11개국에서 25개 명문대학들이 입주해서 활발한 교육연구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웃나라 중국도 과거에 닝보에 영국 노팅엄대학을 유치할 때 4340억원 상당의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1650억원의 건설비용까지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해외 명문대를 유치할 때 인천경제청이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타국과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외국대학은 비(非)영리법인만 가능하고 과실송금은 엄격히 제한되어 수업료 등도 본국에 송금할 수 없다. 세금 감면도 없고 보조금은 경쟁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서, 외국대학이 한국 진출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지만, 작년에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은 16만명으로 2004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할 만큼 한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인천글로벌캠퍼스에 대한 외국 대학들의 입주 문의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외국교육기관의 산학협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외국대학들과 우리기업간에 다양한 첨단 연구개발분야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

해외 대학 유치를 통해 우수한 대학은 지역과 국가를 확장시키고 세계를 리드한다. 글로벌 우수 인재 유입과 공격적인 산학연 시스템이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싱가포르로 불러들이는 중요한 동기이다. 우리나라도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다양한 글로벌 대학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인천글로벌캠퍼스의 제2의 도약을 위해 인공지능(AI), 호텔·관광, 바이오, 음악대 등 전략적 분야의 해외 명문대학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스탠포드대가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국내대학과 기업들의 연구개발 협력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아놀드 토인비는 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일반인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강화시킨다는 '메기 효과'를 주장했다. 미꾸라지들이 있는 곳에 메기를 풀면 미꾸라지들이 오랜 기간 동안 생기를 잃지 않고 체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우리 대학들이 해외 명문 대학들과의 경쟁, 공존과 교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자녀들에게 우수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김세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