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인류에게 얼마 남지 않은 자연의 보고(寶庫)다. 갯벌 생태계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뻘에 사는 각종 갑각류와 조류 등도 중요하지만, 밀물과 썰물을 거듭하며 다양한 정화 작용을 하는 일은 경이롭다. 지구상에서 갯벌 생태자원을 살리는 생명들을 중시해 국제기구는 보호·보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 갯벌이 인천엔 강화·송도 등지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져 있어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런데 송도갯벌이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 노선 계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가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구간은 국제협약으로 등록된 람사르습지일 뿐만 아니라 송도에 입주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EAAFP)'의 지정 보호습지이다. 제2순환선 인천~안산 노선은 송도갯벌을 지나야 해 갯벌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거세게 반발한다. 갯벌을 손상시키지 않는 노선안이 있음에도 가장 넓은 면적의 갯벌을 못 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도로 건설 계획은 국제적 약속을 저버리는 망신을 자초하고, 생태자원 보호정책의 국내외 신뢰성에도 타격을 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천 중구 신흥동과 경기 시흥시 정왕동 사이 19.8㎞를 잇는 구간은 송도갯벌을 해상 교량으로 통과한다. 국토부는 송도갯벌 우회 노선과 해저터널도 검토했으나, 도로 기능과 이용객 편의 등을 이유로 현 노선을 선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지나는 송도갯벌은 해양수산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이자 국제협약인 람사르습지이고, EAAFP 지정 보호습지이기도 하다. 정부가 현 노선을 고수하면, 송도갯벌 훼손에 대한 EAAFP의 반발도 뻔하다.

송도갯벌의 경우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등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가 서식한다. 지난 2009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2014년에는 람사르습지로 인증을 받았다. 이런 인증 말고도 송도갯벌의 중요성은 정말 크다. 생태계를 유지해 수많은 생명을 보듬고, 지역 정화에도 한몫 단단히 해서다. 가뜩이나 광활한 면적의 갯벌을 매립해 송도국제도시를 건설한 터에, 또다시 남은 갯벌마저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자연유산은 대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대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