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참으로 무섭고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치명율이 4~5%에 달하고, 초기 증상이 아주 경미하거나 아예 무증상인 경우도 있어 본인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잘 알지 못해 쉽게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무섭고 위험한 것들이 있다. 먼저,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소수집단의 '다름'은 '우리 집단'의 규범이나 성질이 '정상'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에, 소수집단의 구성원은 열등하거나 위험하거나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러한 편견에 따라 이들을 혐오하고 차별하고 괴롭히는 것이다. 결혼이민여성을 비롯한 외국인은 물론 다문화가정 자녀도 일상적으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8년 인천에서 러시아계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자녀가 한국인 학생들의 집요한 집단폭행을 견디지 못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편견과 폭력에 시달리는 것은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 자녀만이 아니다. 이성(異姓), 타지역 출신, 다른 종교나 이념 또는 성적 취향 등 '우리 집단'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대상이면 편견을 동원하여 혐오하고 차별하고 괴롭힌다. 최근에는 이단으로 규정된 종교인들이 코로나 확산의 발원지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해 쏟아진 분노와 혐오는 차치하더라도, 서울 이태원클럽 출입자들이 코로나를 확산하게 되자 코로나 확산과 성소수자 간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이를 성소수자와 연관시켜 이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도 있었다. 지난 5월15일 SNS 등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7일부터 수십 건의 성소수자 혐오 글이 올라와 베스트 글로 등재됐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욕설로 쏟아내면서 이들 때문에 상권이 죽었다는 글에 대해서는 조회수 18만과 추천 2400개를 넘었다.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광범하게 퍼져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보다 더 무섭고 위험한 다른 하나는 경제적 부나 사회적 지위가 주는 타인에 대한 지배력, 즉 권력의 오남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약한 상대를 착취하고 폭력을 가하는 갑질이다. 여기에는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남성의 하위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폭로하는 '미투'도 포함된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 국민의 권리의식도 높아지고 정치사회 변혁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가진 자들의 갑질에 대한 폭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감시와 견제가 보다 용이한 공적 영역에서는 갑질이 줄어든 듯하지만, 공공의 감시가 쉽지 않은 민간기업이나 일상생활 영역에서는 아직도 갑질이 광범하게 행해지고 있다. 항공기 승무원, 백화점 주차원, 아파트 경비원, 감정노동자 등 아직도 상급자, 고액소비자, 아파트주민, 고객 등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아파트 주민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경비원의 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과 가진자의 우월의식은 코로나와 닮은 점이 많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보균자나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편견이나 우월의식도 자신이나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증상(행동)이 나타나기 전에는 보균자인 자신도 타인도 누가 보균자인지 알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코로나나 편견이나 우월의식은 더 쉽게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이래서 편견과 권력의식이 코로나만큼 사회적 피해가 클 수 있고, 또한 무섭고 위험한 것이다.

첫째, 코로나 감염의 결과는 누가 봐도 명백하게 코로나 감염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동의할 수 있지만, 다름에 대한 편견과 권력 오남용 행위는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가 자칫 남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어렵고 인과관계에 대한 합의가 코로나만큼 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소수집단이나 힘없는 자를 차별할 수 있다. 둘째, 코로나보다 소수집단의 다름에 대한 편견과 권력이 우리 사회를 더 많이 그리고 강하게 분열시킬 수 있다. 코로나의 경우에는 부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감염이나 치료 가능성에 차이는 있지만 누구든지 공동의 적이라는 것에 동의하기 쉽다.

코로나도 무섭고 위험하지만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과 가진자의 권력 오남용은 더 무섭고 위험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가 도래하면 국회의원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소수자집단의 다름에 대한 관용과 일상수준에서 권력자의 권력 오남용을 예방, 방지할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하리라 기대해 본다.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